[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한 반에서 5~6명 빼고 거의 다 (불법 스포츠 토토를) 한다고 보면 된다. 호기심 때문에라도 한다. 점심시간에 돈을 모아서 학교 컴퓨터로 배팅하거나 음식을 배달해 먹으면서 하기도 한다.”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억대의 절도행각을 벌이다 구속된 10대 피의자의 진술이다. 헤럴드경제기자가 지난 25일 오후 3시 서울 면목동 중랑경찰서에서 구속 수사 중인 이현승(18ㆍ가명)군과의 면담을 통해 엿본 청소년 도박 실태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올해 2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애띤 모습의 이 군의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집을 두 채나 보유한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난 그는 한 때 학교 밴드에서 작곡 등을 하던 ‘모범생’이었지만, 불법 스포츠 도박을 접한지 2년만에 특가법상 절도 전과자가 돼 사흘째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있는 신세가 됐다.
“1학년이었던 2010년 9월달에 처음 시작했다. 친구를 통해서였다. 또래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씀씀이가 부러웠다. 친구 네명이서 10만원을 모아서 베팅을 했는데 110만원을 땄다. 이야기를 듣고 몇일만에 학교내 친구 10여명이 같이 하게 됐다. 처음 시작할 때는 하는 아이들이 많이 없었다. 나중에는 반 아이들이 ‘재미’로라도 한 번씩은 다 하게 됐다.”
이 군이 도박 사이트에 접속하는데는 어떤 어려움도 없었다고 한다. 인증절차 같은 건 없었고, 도박 사이트 첫 화면에 보이는 19금(禁) 표시는 요식일 뿐이었다. 예금주, 휴대전화번호, 이름, 아이디, 계좌번호만 있으면 누구나 이용가능했다고 전했다.
“학교에서는 스마트폰으로 하고, 학교 마치면 PC 방으로 갔다. 부모님이 안계신 친구 집에 가기도 했다. 토토 한 경기당 보통 30~40분 정도 걸리는 데 그 동안 게임이나 다른 걸 하고, 끝나면 분석하고 다음경기에 걸고…. 그런 패턴이 새벽까지 이어졌다. 학교에 가면 자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학년 때 부터는 결국 학교를 거의 나가지 않았다.”
이 군은 서빙 등의 알바를 하며 도박 자금을 댔다고 했다. 자신의 노트북을 팔았고, 어머니의 지갑을 훔치기도 했으나 돈은 항상 부족했다고 말했다. 밴드 활동을 하며 음향기기를 잘 알던 이 군은 이때부터 교회를 돌며 악기를 훔치기 시작했다.
“고3 때는 ‘이번에 번 돈으로 한 번 만 하고 절대로 하지 말자’며, 친구랑 4주동안 막노동을 같이 한 적이 있었다. 내가 87만원, 친구가 90만원을 벌었는데 스포츠 도박으로 모두 잃었다. 자꾸 본전 생각이 났다. 일주일 정도 안 한적이 있었는데 스포츠 기사 등만 보면, ‘내가 저팀에 걸었으면 얼마를 땄고, 배당이 얼만데…’라는 생각만 났다.”고 이군은 뜬구름을 잡던 상황을 자세히 소개했다.
도박을 끊지 못했던 이 군은 결국 지난 19일 훔친 음향기기(1억3000만원 상당)를 팔러가다가 잠복한 경찰에 붙잡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