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 102엔 육박 경기민감 수출주 경쟁력 약화 글로벌 자금 투자심리 악영향
환 방어력 높은 1등주 비해 내성 약한 기업 수익성 빨간불
시장에 ‘엔저 트라우마’가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6일 오전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이 모두 매도에 나서면서 2000 선이 또다시 위협받고 있다. 이날 새벽에 끝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0.05% 오른 16,072.54으로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나스닥지수가 장중 한 때 13년 만에 처음으로 4000 선을 돌파한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상승세를 보이며 102엔에 육박했고, 원/달러 환율은 또다시 1060원 선이 무너졌다.
이처럼 원화 대비 엔화의 약세는 우리 기업의 실적과 수급 모두에 부정적이다. 엔저는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주요 수출주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데다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의 투자심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
실제 ‘엔저’ 시기에 코스피는 일본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여왔다.
특히 유가증권 시장의 주도주이자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는 차ㆍ전ㆍ철(자동차ㆍ전자ㆍ철강) 등 경기민감 수출주는 엔저 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물론 ‘1등주’의 경우 환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삼성전자는 일본 업체와 스마트폰에서 더 이상 경쟁 상대가 아니기 때문에 엔저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차도 해외 생산이 75%로 현지 통화로 거래되고 자체적인 환 헤지(위험회피)에 나서고 있어 ‘환 리스크’가 적은 편이다.
문제는 실적보다 투자심리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이 팔자세로 돌아선 26일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줄줄이 하락세로 거래를 시작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가 또다시 글로벌 대비 상대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1차적 원인은 엔/달러 환율 상승과 원/엔 환율 하락이라는 엔화 약세의 트라우마 재현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 생산 등으로 환율 내성을 키우지 못한 기업은 엔저로 인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엔/달러 환율이 96엔에서 110엔으로 상승하면 우리나라 철강과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이 각각 16%와 14%씩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기아차의 작년 4분기 실적을 봐도 환율이 수익성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알 수 있다. 기아차의 4분기 매출액은 11조3000억원으로 양호했지만 해외 생산비중이 낮은 관계로 환율 영향을 받아 매출원가가 79.4%까지 높아진 바 있다.
원/엔 환율은 작년 6월 100엔당 1500원대에서 추세적으로 하락한 바 있다. 문제는 엔저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엔화 약세는 미국의 양적완화 언급에 따른 장기채권금리 상승과 일본은행의 추가 부양책 발언이 맞물린 데 따른 것”이라며 “엔/달러 환율은 지난 5월 중순 기록한 연고점 103.2엔까지 올라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KB투자증권은 내년 달러 대비 엔화가 평균 105엔 내외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성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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