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반찬도 그릇도 사라진 동네 알고보니 범행한 빌라 창고 거주 9월부터 11월까지 10여차례 범행
‘우리집 창고에 도둑이 살고 있다면?’ ‘방충망을 뜯고 집안의 돈을 훔쳐가 두려움에 떨게 했던 그 도둑이 우리집에 동거하고 있었다면?’
영화에서 나올 법한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지난 9월 중순 도봉구 쌍문동의 A 빌라 1층에 도둑이 들었다. 방충망이 뜯어진 상태였고 현금 90만원이 사라졌다.
10월이 되자 이 빌라 인근에서는 도둑이 들었다는 집이 속출했다. 자물쇠가 파손된 집도 나왔다. 사라진 것은 현금만이 아니었다. A 빌라 바로 옆집에서는 커피포트가 사라졌고, 어떤 집은 반찬이 사라졌으며, 그릇이 없어졌다는 집도 나왔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수사를 진행했지만 범인이 특정되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지난 17일 새벽 112 신고 하나가 접수됐다. “집 창고에 누군가 살고 있다”는 A 빌라 주민의 전화였다. 비어있어야 할 창고에 이불, 커피포트, 라면박스 등을 발견한 A 빌라 주민은 누군가 창고에 살고 있다며 경찰에 알려왔다.
빌라 인근에서 잠복하던 경찰은 18일 창고로 돌아오던 B(32) 씨를 붙잡아 심문한 끝에 절도 등의 범행을 자백받았다.
B 씨가 A 빌라에서 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0월 중순부터다. 같은 혐의로 교도소에 복역했던 B 씨는 지난 1월 출소해 어머니가 살고 있던 일본에 갔다. 3개월 동안 일본에 머문 B 씨는 정착에 실패하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머물 곳이 없던 B 씨는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서 노숙생활을 시작했다. 우연히 만난 친구의 도움으로 7월 한 달 동안 고시원에서 살기도 했지만, 돈이 떨어지자 결국 다시 거리로 나와 절도로 생활비를 마련했다.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한 10월 중순부터는 자신이 훔쳤던 A 빌라 창고에 들어가 짐을 풀었다. 새벽 1~2시에는 펜치 하나를 들고, 동네를 다니며 금품을 훔쳤고, 범행 후에는 다시 창고로 돌아오는 생활을 이달까지 계속 이어가다가 결국 덜미가 잡혔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건조물 침입ㆍ절도 등의 혐의로 B 씨를 붙잡아 구속했다. B 씨는 지난 9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10여차례에 걸쳐 현금, 가재도구 등 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B 씨의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범행 여부를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병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