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9> 감추어진 승부 (93)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한편, 유호성에 대한 1차 테러가 실패로 끝났음을 인지한 N-Dos 단 특공 소령은 그의 머신 ‘블랙 이글스’를 모래언덕 아래에 숨겨둔 채 저 멀리서 1974년 산 치타의 행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미 랠리 선두그룹과는 수백 km 남짓 뒤처진 상태였으므로 보도차량이나 지원차량들의 관심에서도 멀리 벗어나 있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다.

“소령! 이젠 서방세계 기자들의 눈 밖에서 벗어나 있으니, 소령이 직접 나서서 거성의 운전수를 깔끔하게 해치워버리면 안 될까?”

“기자들과 수백 km나 떨어져 있긴 하지만… 중국 공안이 문제입니다. 예정대로 노스 코리아 국경을 넘어선 뒤에 개마고원에서 처치하는 게 어떨까요? 이미 노스 코리아에 100만 불을 송금하고, 당의 허락도 받지 않았습니까? 노스 코리아에서 순순히 테러를 허락해 줬는데 굳이 중국 땅에서 모험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랍 석유재벌들이 독촉을 해서 그렇지. 그들은 하루라도 빨리 코리아 거성그룹에 경고장을 날리고 싶어 한단 말이다. 거성에서 에어 뮬을 개발하는 꼴이 그토록 보기 싫다는 뜻이지.”

“제가 직접 나서기엔 더없이 좋은 상황이긴 합니다만…”

“그럼 당장 나서서 없애버려!”

지구 반대편에 있는 N-Dos 단의 우두머리와 N-Dos 단 특공 소령과는 이미 이러한 교신이 오간 상태였다. 특공 소령이 한 시간이라도 서둘러 유호성을 처치한다면 아랍의 석유 재벌들은 그만큼 빨리 N-Dos 단에 포상을 내리기로 밀약되어 있었다. 포상금액은 실로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자기네 민족을 위해 거사를 치르는 것이라 믿고 있는 특공 소령은, 급기야 바추카 포 한 정과 수류탄 두 발을 챙겨들고 유호성이 조난되어 있는 곳으로 천천히 블랙 이글스를 몰아갔다.

물론 그 순간, 권도일도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1974년 산 치타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차창 끝부분을 통해 치타의 모습이 겨우 보일만큼 모래언덕 뒤에 머신을 숨겨놓은 꼴이었고 거리도 제법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러니 차창 끝으로 보이는 1974년 산 치타는 마치 풍뎅이 한 마리가 저만치 앉아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앗! 저런…’

잠시 한눈을 팔았던가? 적막하던 사막 한 가운데에 모래먼지를 날리며 머신 한 대가 질주하는 모습을 보고야 그는 정신을 차렸다. 모래먼지는 조난당한 딱정벌레 즉, 1974년 산 치타를 향해 일직선 금을 긋듯이 달려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권도일은 즉시 로열 골드의 비행 장치를 가동시켰다. 정지 상태에서 엔진 출력이 급속도로 증가하더니 차체가 순식간에 허공으로 떠올랐다. 1초도 지니지 않아서 속도 계기판 액정에는 시속 180km를 알리는 숫자가 드러났다.

거의 순간이동을 하는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권도일의 마음은 다급했다. 그는 음량을 배가시킨 상태에서 클랙슨과 함께 비상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 나갔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1974년 산 치타를 향해 질주하던 N-Dos 단 소령도 느닷없이 끼어든 훼방꾼을 발견했다. 그는 미처 바추카 포로 치타를 정밀 겨냥하기도 전이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특수훈련을 겪어낸 N-Dos의 특공 소령도 당황한 모양이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선루프를 열고 상체를 밖으로 끄집어 낸 채 바추카 포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달리는 차에서 엉겁결에 발사된 포탄이 대상에 명중하기란 쉽지 않았다.

포탄이 1974년 산 치타의 트렁크 부분을 스치고 후미에서 터지는 것을 본 특공 소령은 급격히 핸들을 돌려 9시 방향으로 도망쳐나갔다. 하지만 그 장면을 목격한 권도일은 특공 소령을 뒤쫓을 수 없었다. 1974년 산 치타에서 불과 두어 걸음 옆에 불기둥이 솟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치타가 깊이 파인 불구덩이 속으로 굴러 내리는 판에 경찰노릇을 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자칫하다가는 화염으로 인해 1974년 산 치타가 폭발할 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유호성! 현성애!”

권도일은 로열 골드의 소방시스템을 작동시켜 불구덩이를 향해 소화 가스를 분사하기 시작했다. 다급하게 외치는 그의 목소리마저 화염 속에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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