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안 그만두실까봐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모릅니다.”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이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에 대한 정직 권고안이 지난 8일 발표되자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한 검찰 관계자가 사석에서 한 말이다.
이번 감찰 조사에서 조 지검장이 무혐의 결정을 받았음에도 상급자로서 도의적 책임은 짊어지겠다 하며 ‘균형’을 맞춰준 데 대한 안도감의 표현이었다. 조 지검장의 용단으로 당사자는 물론 검찰 조직의 체면도 살렸다고 믿는 듯했다.
현재 돌아가는 상황만 놓고 보면 큰 착각이다. 불공평한 감찰이었다느니, 검찰이 감찰위 의견을 사전ㆍ사후에 인위적으로 조정했다느니 하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때문에 조 지검장의 자기희생 역시 그리 숭고하다거나 합리적인 액션으로 비쳐지지 않는 분위기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는 감찰 조사가 유래 없이 부실한 형태로 끝맺음된 탓이 크다. 윤 지청장의 지시불이행 등 비위혐의는 서류로 남기 때문에 쉽게 확인돼 징계 권고안을 도출했지만, 조 지검장의 비위 혐의는 말로 오간 탓에 규명하기 어려워 무혐의 처리했다고 대검 감찰본부는 자인하고 있다. 동전의 양면 중 하늘을 향한 한 면만 들여다보고 반대쪽 면은 끝내 뒤집어보지 못 한 셈이다.
특히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 내가 사표내고 나면 수사해라”는 조 지검장의 말을 들었다는 윤 지청장의 국감 증언에 대해서도 진위 확인을 못했다고 감찰본부는 거리낌 없이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런 변명이 과연 막강 수사기관으로서 첨단 수사기법을 보유한 검찰의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 참 궁색하다. 통상 수사에서 물증이 부족해 진술 의존도가 높을 때 핵심증인이나 당사자의 진술이 엇갈리면 양자를 동시에 불러 대질심문을 한다. 감찰에서도 쓸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데도 감찰본부는 이들의 대질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 이유도 황당하기 그지없다. 공식적으로는 “애초에 엇갈렸던 진술은 감찰본부로 불러서 물어봐도 어차피 변함없이 평행선을 달릴 것이기 때문에”란다. 대질심문 기법의 존재 의미 자체를 부정했다.
바로 여기서 검찰이 얼마나 안이하게 감찰을 진행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전직 대통령도 대질심문하자 했던 ‘용감한’ 검찰이다. 상황에 대한 인식조차 없으니 어쭙잖은 ‘예우’를 따진 게 아닌가. 지금 국민들은 국정원 댓글사건을 둘러싸고 발생한 ‘항명ㆍ외압’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 독립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의 정치권 유착을 의혹과 편견이 아닌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는 이들도 있다.
신성한 국감장에 증인으로 나와 뻔뻔스럽게 위증을 했을 양자 중 한 명은 정직 또는 자진사퇴 정도로 처리돼선 안 되는 사안이었다. 거짓을 말한 자를 기필코 가려 국민 불신을 야기한 데 대해 엄중히 처벌하고 국민과 검찰 앞에 사과하도록 했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그러지 않았다. 지난해 말 검붕 사태 이후 주구장창 국민신뢰 회복을 외쳐온 검찰의 수고는 공염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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