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강행으로 미국의 동북아전략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을 지렛대로 삼아 ‘아시와 회귀정책’를 공고히 하려던 전략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본을 방패로 중국의 태평양진출을 막으려던 애초의 계획과는 달리 일본이 되려 주변국과의 갈등을 야기해 중국의 목소리만 키우는 꼴이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9일 미국 유력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역내 긴장을 높이는 쓸데없는 도발” 이라며 수위높은 비난을 이어갔다
미국 외교가에선 “일본이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역내 패권을 유지하는데 필수적 파트너이지만, 동시에 주변국과의 갈등을 야기하며 부담을 줄 수 있는 존재임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일본의 추가 도발이 없고, 한국 등 주변국과의 갈등을 더이상 야기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밑바닥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아베 총리의 이번 신사 참배 강행을 바라보는 속내가 복잡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은 ‘역내 대리자’로 일본의 전략적 가치와 역할을 중시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의 중심축으로 일본을 내세운 것이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진을 용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다만 미국으로서는 과거사 문제를 놓고 일본이 더 이상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 것을 독려해왔다. 한ㆍ일 양국이 갈등구도를 형성할 경우 한ㆍ미ㆍ일 삼각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기본 전략구도에 저해가 되기 때문이다. 이달 초 조 바이든 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아베 총리를 만났을 때에도 이런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이 한국을 겨냥해 ‘과거사’와 ‘안보협력’을 분리대응하라고 주문한 것도 더 이상 ‘도발적 언동’을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미국으로서는 그야말로 ‘뒤통수’를 맞은 상황이 됐다.
한ㆍ일관계 개선은 물론 한ㆍ미ㆍ일 삼각 안보협력을 원활히 추진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과거사 이슈를 중심으로 한ㆍ중과 일본이 대립하는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경우 미국이 전략적으로 운신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WP는 중국이 최근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해 한ㆍ미ㆍ일 3국이 안보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고, 특히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한ㆍ일 관계의 개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야스쿠니 참배가 이런 분위기를 망친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오키나와(沖繩)현의 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공군기지) 이전 승인으로 미ㆍ일간 군사동맹이 한층 강해질 수 있게 됐지만 이번 참배로 상황이 복잡해졌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이어 최근 중국과 북한의 호전적인 행동을 감안하면 아베 총리가 군국화를추진하는 것도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이런 정책을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제국주의 향수로 연결시키면서 스스로 명분을 훼손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 때문에 중국은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누그러뜨리는 기회로 삼고, 한국도 한·일 정상회담 개최나 양국관계 개선 조치를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밖에 신문은 일각에서 아베 총리가 군국화에 반대하는 국내 여론을 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긴장을 조성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면서 이게 사실이라면 일본을 역내에서 고립시키고 미국과의 협력을 어렵게 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도 불구, 미ㆍ일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불편한 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있지만 양측이 서로전략적 이해가 일치하고 협력할 영역이 크기 때문이다. 워싱턴 소식통은 “단기적으로는 양측의 관계가 불편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수그러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대원ㆍ한희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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