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서 ‘재스민 혁명’이 발발한 지 3년. 거센 민주화 바람으로 독재정권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아랍의 봄’이 찾아올 것 같았지만, 기대와 달리 국론 분열과 경제난, 치안 악화로 ‘아랍의 봄이 아닌 아랍의 악몽’을 맞고 있다.

반정부 시위가 내전으로 비화하면서 시민군과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군의 유혈 충돌이 장기화되고 있는 시리아가 가장 심각하다.

여기에 ‘아랍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서방국가와의 오랜 우호관계를 청산하고 독자 노선 입장을 걷겠다고 밝히면서 중동정세는 점점 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2010년 12월 17일 20대 튀니지 노점상 청년의 분신으로 촉발된 재스민 혁명은 이집트, 리비아, 예맨 등 아랍권 4개국 정권을 붕괴시켰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이들 국가에서는 이슬람-세속주의 세력의 충돌과 정부 인사와 군인을 겨냥한 이슬람 무장 세력의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자유민주 선거로 선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집권 1년 만에 군부에 축출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군부가 무르시 지지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1000명 이상이 숨졌다.

이집트 군부의 권한을 확대하고 이슬람의 영향력을 축소한 새 헌법 초안에 대한국민투표가 내년 1월 14~15일 시행될 예정이지만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거세 시행될지 미지수다.

리비아도 ‘아랍의 봄’ 영향으로 40년 넘게 철권통치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축출했으나 그동안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들이 불거졌다. 부족ㆍ지역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이슬람 무장 세력들도 무기를 내려놓지 않고 각자 영역을 견고히 다지는 분위기다.

지난 10월 알리 제이단 리비아 총리가 트리폴리의 한 호텔에서 무장단체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소동은 리비아의 혼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됐다.

예멘 역시 새로 구성된 과도정부 주도로 국가 정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안정 회복과 국가 재건의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이라크는 종파 분쟁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들어 이라크에서 벌어진 시아파와 수니파 간 각종 폭탄 테러와 폭력 사태로 숨진 희생자가 8000명을 넘어섰다.

이라크의 폭력 사태는 2011년 12월 미군 철수 이후 정치권의 갈등이 시아파와 수니파의 대립, 각종 테러와 맞물리면서 정정 혼란과 치안 불안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아랍권의 혼란에 더해 미국의 맹방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변심이 서방국과 아랍권의 가교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사우디는 미국과 이란의 오랜 막후교섭을 통한 핵협상 타결에 충격을 받으면서 미국 의존적 외교, 방위 정책에서 벗어나 독자노선을 모색하고 있다. 시리아 문제에 대해서도 서방의 잘못된 아랍 정책으로 아사드 정권을 살아나게 만들었다며 강도높은 비판을 퍼붓고 있다.

내년에 이어질 이란과 서방의 핵 협상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중동 평화협상도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서방과 이란의 내년 본협상에서는 낮은 단계(농도 5% 이하)의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는 문제와 아라크 중수로 가동 허용 여부가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권 미국 우방의 주장대로 이란의 핵무기 제조 능력 자체를 저지하고자 한다면 협상의 최종 타결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희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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