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서평집 출간…이은애 동대문서 과장

패배의식 아이들에 희망 주고파 인문학 책 통해 인생의 길 제시

“소위 문제아라고 하는 아이들의 고민은 특별나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다른 점은 ‘패배의식’에 젖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 걸 느끼기에 너무 이른 나이지 않나. 이에 대한 답을 ‘인문학 책’에서 찾았다.”

일선 경찰서 여성ㆍ청소년과 과장이 인문학 서평집을 내 화제다. 오는 31일 ‘관점의 힘’이라는 책을 펴내는 주인공은 서울 동대문 경찰서 이은애(39) 과장이다.

이 과장은 지난 몇 달간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에게 했던 ‘인문학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책들을 모았다. 외모ㆍ성적 등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12가지 고민에 대한 답으로 ‘도레안그레이의 초상’ ‘꽃들에게 희망을’ ‘전태일 평전’ ‘권리를 위한 투쟁’ 등 24가지 책들이 소개된다.

이 과장은 “아이들과 대화를 하면서 소위 문제가 되는 아이들이 겪고 있는 고민들은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며 “ 아이들은 ‘더 많은 친구들’ ‘돈’ ‘좋은 대학’ 등에 대해서 고민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은 자기 인생에 대해서 자신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미 자기 인생은 실패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 아이들이 패배의식에 젖어 있다”며 “중ㆍ고생 때 그게 정해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인문학을 통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 봤다. 인생에 대한 답들이 인문학 책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선 현장에서 일하면서 청소년들에 대한 정부의 해법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이 과장. 그는 무엇보다 학교전담경찰관(SPO)이 점차 확대되면서 아이들의 교육까지 맡게 되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계심을 표했다.

이 과장은 “현재 학교 내에 있는 상담사들이 빠지고, 그 자리를 경찰관이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다”면서, “ 경찰관이 학교에 개입함으로써 ‘학교 폭력’은 위법적인 것이며, 처벌받을 수 있다고 아이들이 느끼는 것 자체는 바람직한 일이지만 모든 일을 경찰이 해결을 해야 한다는 인식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방과 처벌 등을 목적으로 한 경찰이 나타나 아이들을 ‘처벌’로써 굴복시키는 것은 본질을 가릴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학교폭력 대책은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으로 촉발됐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경쟁구도에 있다. 학교폭력은 그로부터 발생하는 파생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경찰대 13기로 경찰생활을 시작한 이 과장은 2000년대 초반 국정감사 때 여자경찰들이 국회의원을 위해 ‘사과’를 깎고 소위 ‘서빙’을 하는 모습에 개탄하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박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