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 이승기 · 류덕환…다큐는 왜 스타 목소리를 좋아하나

배우들 뛰어난 목소리 연기 기존 딱딱함·지루함 벗어나 스타·시청자 같이보는 느낌 지상3사 내레이션 섭외 러시

이병헌(SBS ‘최후의 권력’), 이은미(‘SBS스페셜-전설의 가객, 김현식을 노래하다’), 이승기(MBC ‘곤충, 위대한 본능’), 이효리(‘SBS스페셜-제돌이의 푸른 귀향’). 올 한 해 방송다큐를 통해 목소리로 만난 스타들이다. 이들만은 아니다. 배우 최지우, 김효진, 유지태, 류덕환, 김C는 물론 청춘스타 김수현도 생애 첫 내레이션에 도전했다.

최근 지상파 3사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정통 성우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스타들의 목소리가 진작에 방송다큐를 점령한 탓이다. 프로그램 제작진이 스타의 목소리를 섭외하는 원칙은 다양하다. 제작비 10억원을 넘기는 창사특집을 비롯해 방송사를 대표하는 대작 다큐로 제작된 경우 A급 스타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고, 주제에 맞지 않는 스타일지라도 프로그램의 지향점과 맞는다면 ‘오케이’다. 무엇보다도 스타의 이미지와 직업군은 주제를 잘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대상이 된다.

방송다큐를 통해 다양한 스타 목소리의 민낯이 공개되자, 돌연 업계에서 각광받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된 사례도 있다. 배우 이병헌이다. 이병헌의 경우 지난해 SBS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최후의 제국’을 통해 중저음의 목소리로 병든 자본주의를 뒤따라간 이후 올 한 해 가장 많이 소비된 목소리가 됐다. 광고업계에서다. 이병헌이 등장하는 모든 광고에선 이병헌의 목소리를 듣게 된 것뿐 아니라 지상파에서 이병헌의 목소리를 탐내는 손길이 늘었다. 올해에도 이병헌은 SBS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최후의 권력’의 내레이션을 맡았다.

스타들의 목소리엔 장점이 많다. 다양한 소재를 통해 신선한 내러티브를 지향하는 ‘SBS스페셜’이나 ‘휴먼다큐’처럼 감성적인 다큐를 선호하는 MBC 다큐멘터리의 경우 스타들의 목소리를 통해 다큐멘터리가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인식을 덜어주고 있다.

‘곤충, 위대한 본능’을 연출하며 이승기를 내레이션으로 섭외한 김진만 PD는 “스타 내레이션을 통한 홍보효과”와 “그림을 보고 감정을 보여주는 것, 목소리 톤을 만들고 높낮이를 내는 것 등 목소리도 연기의 하나라는 점에서 배우들의 목소리는 그만의 울림이 있다”는 점을 스타 목소리의 강점으로 꼽았다.

김정민 MBC 교양제작국 PD도 “스타 내레이션의 경우 시청자와 같이 보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며 “시청자는 성우가 읽으면 제작진이 말해주는 느낌을 받지만 텔레비전 스타가 내레이션을 하며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면 친근하게 받아들인다. 같은 내레이션이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선 함께 보고 있는 사람이 읽어준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때문에 방송다큐는 스타 이미지에 맞게 활용도와 참여도가 높다. 동물애호가이자 채식주의자로 SNS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효리가 ‘SBS스페셜’의 ‘동물, 행복의 조건’ ‘제돌이의 푸른 귀향’의 내레이션을 맡고, 배우 김수현이 영화감독 봉준호를 이야기하거나, ‘맨발의 디바’ 이은미가 ‘전설의 가객’ 김현식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박기홍 SBS 편성기획팀장은 “스타들의 목소리가 전달력은 떨어질 수 있어도 아이템의 성향에 맞는다면 과감하게 쓰는 것은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이 커져 친밀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며 “목소리만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내레이션을 맡는 스타들의 드라마 속 장면을 넣어 참여도를 높이면 전달력이 극대화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스타 내레이션의 경우 전달력이 떨어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데에 다큐 PD들은 동의한다. 스타 마케팅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지지만 이로 인해 도리어 프로그램이 가벼워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PD들은 “아이템과 스타들의 목소리가 조화를 이뤄야 작품의 질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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