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공주 등 시청률 고공행진 현실 불만·분노 시청자 대리만족 막장극 지속땐 한류 부정적 우려

말풍선 자막을 통해 대사까지 읊었던 떡대(통키ㆍ알래스카 말라뮤트)도 떠났다. ‘데스노트’도 아닌데 주요 출연자들은 하나둘씩 죽어나가고(‘오로라공주’), 바람난 남편을 붙잡기 위해 납치 자작극(‘왕가네 식구들’)도 불사한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돈에 환장한 아내와 장모의 눈엔 사업에 실패한 사위는 팔푼이다.

드라마판 ‘페이스오프’도 강림했다. 친언니의 얼굴을 가로챈 동생은 완벽하게 언니의 삶을 사는 욕망의 화신(‘루비반지’)이다.

요즘 안방극장엔 ‘패기의 드라마’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시청자들은 욕하면서 다 봤다. 임성한 작가의 ‘오로라 공주’는 출연자들의 줄하차와 유체이탈, 기이한 대사(‘암세포도 생명이다’)의 향연이 연일 입방아에 오르면서도 지난 11월 한국갤럽이 조사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이달의 프로그램’ 2위에 올랐다. 시청률은 19%대다.

왕수박(이태란)의 납치자작극이 벌어졌던 ‘왕가네 식구들’의 8일 방송분은 37.9%(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했다. 이쯤하면 ‘국민드라마’ 수준이다.

‘루비공주’라고 질 수 없다. 17~18%대를 오가는 기록으로 시청자들의 응답을 받고 있다. ‘막장극’의 아이러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막장‘으로 꼽히는 드라마의 경우 깊이 없는 자극적인 설정을 나열하고 있는데 대부분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도식적인 설정이 많다”며 “이를 통해 자극을 강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한 여자가 모든 걸 다 가진 여자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는 신데렐라 스토리(SBS ‘두 여자의 방’)이고, 모든 걸 잃은 여자는 다시 그것을 되찾는 복수의 과정(‘두 여자의 방’ㆍ ‘루비반지’)을 전통적인 줄기로 한다. 상상력이 더 풍부해진 작가들의 최근 경향은 ‘이상한 가족(‘왕가네 식구들’ㆍ‘오로라공주’)’을 탐구하는 것으로 확장됐다. 막장드라마의 저변도 넓고 깊어진 셈이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막장드라마’로 불리는 논란의 드라마가 시청자에 소구하는 이유를 사회현상에서 찾았다.

“드라마 자체보다도 드라마에 투사된 우리의 현실을 본다”는 것이다. “막장이라고 불리는 드라마의 근본적인 이유는 개연성이 떨어지는 전개와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을 들 수 있는데 최근의 현실 자체가 논리와 이성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윤 교수는 그러면서 “드라마를 통해 드러나진 않더라도 현실에 대한 울분을 토로할 수 있는 장이 없는 상태에서 막장 드라마는 불만과 분노의 감정을 분출할 수 있는 도구로 작용한다”고 봤다. 분노 방출의 대체도구로 찾은 막장드라마가 ‘스트레스 해소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부정적인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윤 교수는 “막장드라마가 고착화될 경우 한류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여지가 많다. 문화상품으로서의 한류드라마는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지향해야하는데, 그것이 무너졌을 때 긍정적 의미의 시너지를 올릴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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