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서브남자주인공이 이 정도로 뜰 줄은 몰랐다. SBS 수목극 ‘상속자들’에서 최영도역을 맡은 김우빈 이야기다. 김우빈의 인기는 메인남자주인공인 이민호 못지 않다. ‘학교 2013‘에서도 반항아 역할을 맡았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이 커졌다.
물론 ‘상속자들’의 주된 감상 포인트는 재벌가의 서자 김탄(이민호)과 캔디 차은상(박신혜)의 가슴 아프지만 예쁜 사랑이다. 김탄 아버지인 김회장(정동환)이 아무리 이들을 갈라놓아도 이들은 맺어진다. 벌써 차은상이 김탄에게 돌아왔다. 심지어 “고교생들이 사랑앓이 한 번 세게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 사랑에 있어서 패배자인 최영도도 멋있고 가슴 아파서 오래 남는 캐릭터다.
김우빈의 인기가 치솟는 이유는 최영도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대사를 감칠맛나게 소화시킬 줄 아는 연기력에 힘입었다는 사실이다. 이 점은 김우빈이 여느 ‘꽃미남’ 연기자들과 차이가 나는 부분이며, 배우로서 생명이 길어질 것을 예고한다. 얼굴과 몸매 등 비주얼만 가지고는 배우로 롱런할 수 없다. 김우빈이 어장관리 없이 김탄만을 사랑하는 차은상에게 “니가 내 전화도 안 받고, 잔치국수 먹으러도 안가고~”라는 대사를 얼마나 맛깔나게 소화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우빈은 영화 ‘친구2‘에서도 ‘미친 존재감‘을 뽐냈다. 만약 ‘친구2‘에서 수시로 등장했던 유오성의 아버지인 주진모 스토리를 내레이션 등으로 축소 처리하고 유오성과 김우빈과의 관계에 좀 더 천착했더라면 김우빈에게서 좀 더 많은 색깔과 감성을 끄집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상속자들’에서 김우빈의 사랑방식은 남자가 봐도 멋있다. 거친 남자, 비뚤어진 성격인 일진(이것도 집안 환경과 관련이 있다)이 사랑을 알고 변한다. 그 사랑이 안되는 줄 알면서도 사랑의 감정에 충실한 김우빈에 여성들이 안꽂히고 배겨날 재간이 있을까. 최영도는 사랑하는 여자 차은상이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자 복수를 시작한다. 어떻게 한다고? 자신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딱 한사람 차은상만 빼고. 이쯤되면 사랑의 복수도 유치하지 않고 멋있게 느껴진다.
여성시청자들은 가슴아픈 최영도-차은상에게도 스킨십을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은상의 몸이 반만 들어온, 한 손으로 한 포옹이었다. 5일 방송된 18회에서 최영도는 김탄 아버지의 방해공작으로 어쩔 수 없이 삼척 바닷가에 사는 은상을 만나러갔다. 그때 두 팔로 제대로 포옹을 했다. 이로써 최영도의 ‘첫사랑’은 끝났다. 차은상은 김우빈의 첫사랑이 된 거다. 그때 김우빈의 표정을 보지 않은 사람은 ‘상속자들‘을 제대로 감상하지 않은 거다.
김우빈은 전형적이고 정석적인 꽃미남이 아니라 개성적 미남이다. 소설가 박진규는 “‘조각미남’ 이민호와 대비되는 ‘조각공룡‘ 같은 외모”라고 했다. 매니저들은 지금까지 없던 얼굴이라고 한다. 그래서 차별성이 있다. 그런 김우빈이 우수에 찬 나쁜 남자를 연기하면 제대로 힘을 발휘한다. 김우빈은 18회 은상 집에서 은상어머니에게 집밥을 얻어먹을때, 그 우는 표정만으로도 뭔가를 움직이게 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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