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확전 득될게 없다’ 판단, 방공식별구역 입장차만 확인…한국 정책기조에 어떤 영향 미칠지 주목
[베이징=박영서 특파원] 중국은 미국의 친중파 부통령을 반겼다. 지난 4일 오후 전용기를 타고 일본에서 날아온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만찬을 포함해 5시간30분 동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두 사람의 회담이 예정됐던 45분을 훌쩍 넘겨 2시간 가까이 진행됐을 정도로 양국의 정권 최상부는 친분을 과시했다.
회담이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부통령은 “미ㆍ중 관계는 21세기 가장 중요한 관계 중 하나로, 미국은 시 주석이 양국관계에 있어 통찰력 있고 건실한 관계를 추진한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시 주석을 칭찬했다.
방공식별구역이 이번 회담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초점은 신형 대국관계 구축에 맞춰졌다. 바이든 부통령이 중국에 압력 넣기를 바랐던 일본은 실망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자세를 낮췄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과 관련해 일본 등 동맹국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중국을 압박해야 했지만 마찰을 피해 적절한 ‘중간점’을 찾는 데에 그쳤다. 싫든, 좋든 중국의 방공식별권은 객관적으로 존재한다. 바이든 부통령은 중국이 방공식별권 철폐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문제를 풀 마땅한 방법이 없고 현 상태에서 중국과의 확전을 꾀해봐야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을 내린 듯하다.
결국 그는 갈등해결사보다는 ‘중재자’ 역할에 그쳤다. ‘위기관리 체계’를 화두로 꺼내 든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에서 보인 바이든 부통령의 표정은 지치고 어두웠다. AP통신은 미국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 대한 입장 차이가 확연한 가운데 바이든 부통령이 회담 직후 실망감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미국 정부가 의도한 방문 결과가 나올지는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군 지도자가 아닌 바이든 부통령은 역할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번 바이든 부통령의 방중은 방공식별구역 문제는 의제 중 하나였을 뿐, 중ㆍ미 간 ‘전략적 접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같은 기류 변화는 일본은 물론 자체적으로 방공식별구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의 정책 기조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부통령은 5일 한국으로 건너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