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분양가 대비 1억원 훌쩍 · 강남등 재개발 지역도 들썩…부동산 활기 장밋빛 징조인가, 투자 빙자한 투기의 그림자인가
# 1. “안녕하세요. 처음 글을 올립니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네요.”
지난주 한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세종시 푸르지오아파트를 사면서 프리미엄 4000만원을 주고 아파트분양권을 매입했다는 한 주부의 글이 유독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평소 잘 아는 분이 ‘좋은 물건’이라고 추천해 계약했는데 나중에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같은 아파트 매물인데도 웃돈은 2500만원에 불과했다”며 “제가 유독 웃돈을 더 많이 준 것 아닌가 싶어 공개적으로 조언을 구한다”고 적었다.
“이왕 계약한 거니 깨끗이 잊고 살다 보면 또 오를 겁니다” “너무 많이 주신 것 같네요.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에 관심을 가져보시지” 등등 위로의 댓글이 다수 달리자 이 주부의 절망감은 더욱 커졌다. 그녀는 “당장에라도 계약을 취소하고 싶지만 계약금을 내고 명의 이전도 마쳐 되돌릴 길이 없다”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그나마 ‘세종 불패’ 신화를 쓰고 있는 세종시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다.
# 2. “적어도 프리미엄이 3000만원은 안 붙겠어요?” 분양이 진행 중인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 대림아크로리버파크 견본주택 앞에는 속칭 ‘떴다방’이 등장했다. 이들은 공인중개사 명함 대여섯 개를 건네주며 “당첨되면 높은 프리미엄을 붙여 팔아주겠다. 연락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이들은 “선호도가 높은 단지인 만큼 프리미엄이 최소 3000만원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 말대로라면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3000만원짜리 로또에 당첨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오는 2015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받지 않기 위해 강남권 재건축 사업에 본격 시동이 걸리면서 강남권 프리미엄은 여전하다.
# 3. “옆 단지 전용면적 59㎡의 현재 시세가 4억6000만원이거든요. 그런데 새로 분양하는 이 아파트단지 59㎡ 분양가가 3억9000만~4억원대입니다. 분양받으시면 바로 6000만원 정도의 프리미엄이 생기는 거죠.”
최근 분양한 왕십리 KCC스위첸 견본주택 상담사는 주변 시세와 분양가를 비교하며 향후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을 크게 봤다. 견본주택을 방문한 A 씨는 “과연 설명대로 입주 때 옆 단지만큼 오를까, 그만큼 올라서 되팔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며 프리미엄의 유혹에 힘겨워했다.
연말을 앞두고 아파트 분양 열기에 휩싸인 대한민국이 아파트 프리미엄 열병을 앓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서 ‘피(P)’라고도 불리는 아파트 프리미엄 혹은 웃돈은 아파트 매매 시 분양가에 더해지는 추가 금액을 말한다. 분양가가 2억원인데 프리미엄이 3000만원이라면 매매가는 2억3000만원이라는 얘기다.
2억원에 분양받은 사람은 팔면서 3000만원을 벌고, 매수인은 향후 몇 년 더 지나면 매입가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해 자연스럽게 높은 프리미엄과 이에 비례하는 주택 시세가 형성되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프리미엄은 시장 기능에 따른 것”이라며 “수요자가 분양가에 웃돈을 얹어서라도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면 그 아파트의 프리미엄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늘날 아파트 프리미엄의 화두는 세종시, 강남권, 시세보다 분양가가 싼 지역으로 요약된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해 입주아파트 중 프리미엄이 형성된 상위 10개 지역 중에서 분양가 대비 1억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은 곳은 세종시가 유일했다.
웃돈 액수 1~7위를 세종시 아파트가 휩쓸었고, 8, 9위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돼 차익이 생긴 서울 불광동 재개발아파트, 10위는 강남권 재건축아파트가 차지했다.
세종시 아파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말 정부기관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수요가 크게 늘어 값이 뛴 것으로 분석된다. 세종시에는 내년 말까지 35개 정부기관, 1만여명의 종사자들이 이주할 예정이다. 세종시의 전망이 밝아 앞으로도 세종시의 인기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세종시 아파트 분양을 받은 K 씨는 “아파트 분양을 받아 웃돈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세종시외엔 거의 없을 것 같다”며 “실거주 목적으로 분양받긴 했지만 집값이 오를 거라는 기대감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및 수도권에서는 그나마 강남권 재건축단지가 선전하고 있다. 올해 입주아파트 웃돈 순위 10위에 오른 ‘래미안도곡카운티’는 ‘진달래1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소위 강남권 재건축단지 중 하나다. 올해 분양해 2~3년 뒤 입주 예정인 ‘잠원래미안’이나 ‘래미안대치청실’ 등 강남권 재건축아파트는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여 분양권에 이미 수천만원대의 웃돈이 붙은 상태다.
‘역삼자이’ ‘논현경복e편한세상’ 등 내년 분양 예정인 강남권 재건축단지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 웃돈이 붙을 거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부동산 경기 침체를 고려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되는 아파트단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라면 웃돈이 붙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인기 지역이라고 해서 무조건 웃돈이 붙을 것이라고 예단하고 섣불리 투자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지하철 3호선 도곡역 일대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래미안대치청실에 청약해 당첨되면 일단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나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분양가에 웃돈이 붙을 것이라고 확답할 수는 없다. 주택 경기나 정부 부동산 정책 등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정확한 대답은 ‘입주 때 가봐야 알 수 있다’는 것뿐”이라고 조언했다.
아파트에 붙는 프리미엄은 부동산 시장 환경에 따라 발생하지만 프리미엄을 둘러싼 각종 불법행위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웃돈은 붙을 수 있는데 계약 시 양도세를 줄일 목적으로 다운계약서를 쓰는 등의 행위 때문에 오히려 웃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생긴다”며 “거래 시 각종 편법이나 불법행위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수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