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설마 올해도?’
올해로 4년째 익명의 기부자가 서울 성북구에 쌀 300포대를 전달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 얼굴없는 천사가 그동안 성북구에 기부한 쌀만 1200포대, 6000만원 상당이다. 그는 올해도 어김없이 20㎏ 포장 쌀 300포대를 보내왔다.
17일 성북구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월곡2동 주민센터에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어려운 이웃이 조금이나마 힘을 내 명절을 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한마디 뿐이었다.
이튿날 오전 6시30분. 월곡2동 주민센터 직원들은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에 전원 출근했다. 피곤한 기색보다 긴장감이 흘렀다.
오전 7시15분. 창밖을 살피던 한 직원이 소리쳤다. “왔습니다.” 일순간 월곡 2동 주민센터 직원 14명이 사무실 밖으로 몰려나갔고, 주민센터 정문 앞에는 대형 화물차 한대가 서서히 들어왔다.
화물칸으로 올라선 운전기사가 포장을 벗기자 차곡하게 쌓은 쌀 300포대가 드러났다. 올 들어 가장 추운 영하의 날씨에도 남녀를 불문하고 쌀을 나르기 시작했다. 입에선 하얀 입김이 나왔지만 얼굴에는 웃음 꽃이 폈다.
쌀은 1시간도 안돼 주민센터 안으로 옮겨졌다. 운전기사 양명석 씨는 “제가 싣고 온 쌀이 얼굴없는 천사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한 것이라고 들었다”면서 “더 조심히 운전했다”고 말했다. 양 씨는 이 쌀을 배달하기 위해 경북 봉화에서 새벽 3시에 출발했다.
기부 천사의 사연은 주민들 사이로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번졌다. “감사패를 주자”는 의견부터 “소득공제를 받게 해주자”는 얘기까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주민센터는 기부자의 뜻을 존중해 신분을 확인하지 않기로 했다.
황규설 월곡2동 주민센터 동장은 “기부 천사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힘을 보태고 싶다는 문의가 도미노처럼 퍼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쌀을 전달받은 한 기초수급자는 “없는 형편이지만 작은 것 하나라도 이웃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고 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월곡2동에서 펼쳐진 아름다운 이야기는 우리 곁에 따뜻한 이웃이 있다는 정서적 지지감을 준다”며 “이웃의 어려움을 이웃이 보듬고 해결하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