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가격으로…중국은 기술로 압박

엔화·달러 110엔땐 한국기업 영업익 2.8%↓ 원화가치 10%상승하면 제조업 매출 3.4%↓ 환율 고전하는새 중국과 기술격차도 1.9년

한국 기업들이 일본의 엔저 정책과 중국의 기술력 급상승 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흡사 일본과 중국 기업 사이에 낀 넛크래커(호두까기)처럼 위태로운 모습이다.

3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엔화가 달러당 110엔까지 상승하면 한국 주요 기업의 영업이익이 2.8%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엔/달러 환율이 95엔에서 110엔으로 오르면 국내 기업들은 총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81%, 2.7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상장기업 43개사를 대상으로 엔화 약세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지난 1일 발표한 ‘원화절상이 제조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원화가치가 10% 상승하면(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제조업 매출액은 평균 3.4% 감소한다고 밝혔다.

분야별로 매출액 가운데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수송장비업 매출 감소 폭이 5.2%로 가장 클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전자 -5.0%, 정밀기기 -4.2%, 일반기계 -3.6% 등이다. 원화가치 10% 상승 때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0.9%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원가가 낮아지면서 수출단가 하락을 그나마 어느 정도 상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본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강화되는 사이 중국 기업들은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한국과 중국과의 기술격차는 2010년 2.5년에서 불과 2년이 지난 지난해 1.9년으로 바짝 좁혀졌다. 말 그대로 ‘맹추격’이다.

실제로 중국의 IT업체 화웨이(華爲)가 지난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서 1270만대를 기록하며 LG전자를 제치고 세계시장 3위로 올라섰고 중국의 부품, 소재, 장비 산업은 지난 10년 사이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까지 제치고 세계 1위 부품ㆍ소재 수출국으로 부상한 바 있다.

이는 지표로도 나타난다. 지난 9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조사 결과에서 한국은 여전히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임이 확인됐다. 144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은 종합순위 19위로 일본(10위)과 중국(29위)의 딱 중간이었다. 이미 국가별 세계 1위 품목에서도 중국은 1431개, 일본 229개에 달하지만 한국은 61개에 불과하다.

과거 세계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제품은 일본 기업의 기술력과 중국 기업의 가격경쟁력 사이에서 고전을 겪었던 바, 이제는 주체만 바뀌었을 뿐 넛크래커 현상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리처드 돕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 소장은 한국 경제를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로 묘사하며 서서히 다가오는 위기나 충격에는 대응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윤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