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 유동성 공급 불발 위기
동양사태 이후 선제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금융권이 기업을 압박하더라도 해당 기업의 구조조정 의지가 약하거나 채권은행 간 합의가 쉽지 않은 탓이다. 특히 한진해운은 1000억원 여신에 발이 묶여 8000억여원의 유동성 공급이 불발될 상황에 놓였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연말을 목표로 4억 달러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했다. 그러나 해를 넘기게 됐다. NH농협은행이 영구채 지급보증에 반대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한진해운 추가 지원을 위한 대한항공의 내부 실사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농협은행도 반대의사를 철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항공의 실사 목적이 경영진의 배임 논란을 피하기 위한 차입금 상환 능력 평가인 만큼 실사 결과가 좋으면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여전히 영구채가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은 4억달러 영구채 발행→최대 3000억원 브릿지론 지원→대한항공 1000억원 추가 지원 및 3000억원 유상증자 참여 등으로 이어지는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빚 8조원 중 1000억여원을 빌려준 농협은행의 반대가 8000억여원의 유동성 공급을 막은 꼴이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 재무제표가 나오는 내년 1분기까지 해당 자금이 유입되지 않으면 부채비율이 700%가 넘어 선박금융 차입금리가 2%포인트 올라간다”며 “매년 200만달러의 이자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최근 2240억원 규모의 회사채 차환발행을 위한 지원을 받아 급한 불은 끈 상태다. 하지만 동양사태의 여파로 선제적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만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함께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자산 매각을 두고 산은과 현대가 줄다리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증권 매각을 놓고 이견이 크다는 전언이다.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은 내년 5월 주채무계열로 편입된 후 본격화할 전망이다.
동부그룹은 김준기 회장의 결단으로 구조조정이 원만히 진행되고 있다. 산은 주도로 자산매각을 위한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한 후 2일부터 매각 대상 자산 실사를 시작한다.
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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