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견고하게 다져졌던 20년의 ‘충성 서약’은 단 10분의 ‘묘수’로 산산조각 났다. 흔히들 이런 장면은 ‘짜릿한 반전’이라 부른다. 서로를 향한 살벌한 난타전으로 반전을 거듭하는 찰진 대본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박경수 작가의 ‘펀치’가 종영을 향해가며 또 한 번 안방을 흔들었다.

SBS 월화드라마 ‘펀치’(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 김효언, 제작 HB엔터테인먼트)가 지난 3일 방송에서 박정환(김래원)이 각본을 짜고 연출한 심리전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이날 방송에서는 박정환이 자신에게 씌워진 270억 원 유용 혐의를 벗고 이태준(조재현)이 실사용자임을 밝히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다. 살벌한 한 수를 두는 박정환의 묘수는 이태준과 그의 오른팔 조강재의 관계에 균열을 만드는 것이었다.

지난 3, 4일 방송에서 사실 박정환은 사면초가였다. 판도라의 상자처럼 열려버린 ‘박정환 게이트’의 특검이 시작되며 비리로 쌓아올린 권력으로 검찰총장 자리에까지 오른 이태준은 자신의 온갖 부정부패를 박정환에게 뒤짚어씌우기로 작정했다. 권력자들의 더러운 복마전은 끝도 없었다. 한 때는 적이었다가도 필요에 따라 손을 잡는 이상한 권력자들의 세계에서 이태준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또 한 번 전 법무부장관이자 특검수사를 맡게 된 윤지숙과 손을 잡으며 박정환을 저격했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으며, 누구에게나 주어진 삶의 시간마저 촉박한 박정환은 서로를 물어뜯는 데에 여념이 없었던 이태준의 오른팔 조강재를 건드린다. ’박정환 검사 구하기‘에 나선 건 전 부인 신하경(김아중 분)이었다. 하경은 드라마 초반 등장했던 유치원버스 급발진 사고 당시 버스기사 아내에게 건넨 8000만원의 출처를 이태준이 받은 비자금 270억원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함정수사에 돌입했다. 결국 하경은 조강재의 입에서 8000만 원을 건넨 사실을 토해내게 만들었고, 박정환의 묘수는 이 때부터 시작됐다. 특검수사를 위해 ‘스폰서 검사’ 비리로 수감됐던 조강재를 급히 빼낸 이태준의 마음을 건드리며 20년간 공고히 쌓아올린 두 사람의 관계에 파고들었다.

조강재와 신하경이 취조실에 마주앉은 길고 긴 시간에 ‘잃어버린 10분’이 있었다. 의도적으로 10분을 삭제한 이들은 이 시간이 조강재가 이태준의 자금 출처를 자백한 장면이라고 꾸미고 이태준을 흔들었다. 이미 필요에 따라 자신의 양팔을 수도 없이 잘라내고 새로 끼워넣었던 이태준은 과거 조강재를 버렸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가 배신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키웠다. 한 번 싹트기 시작한 두려움은 자신의 욕망과 자리를 지켜야하는 권력자들에겐 근거 없는 확신으로 이어졌다. 결국 조강재는 또 한 번 버려졌다. 특검 수사 결과는 “박정환이 세탁한 270억 원이 조강재에게 건네진 것으로 추정된다”였다.

평생을 개처럼 기었던 조강재는 억울한 마음에 눈엣가시였던 정환을 찾아간다. 드라마 속 인물관계는 박정환의 묘수로 또 한 번 재편됐다. 영원한 아군도 적군도 없는, 하지만 그 편가르기라는 것은 필요충분 조건에 따르는 과정일 뿐이라는 비정하고 살벌한, 씁쓸하기 그지 없는 공권력의 세계가 적나라하게 그려진 회차였다. 적어도 철천지 원수였던 조강재와 박정환이 종영 4회를 앞두고 손을 잡아 더 나쁜 놈들을 향해 날리는 강력한 ‘펀치‘는 꽤 통쾌한 반전이었다.

이날 방송된 ‘펀치’는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집계 기준으로 전국 12.8%, 수도권 1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방송된 MBC ‘빛나거나 미치거나’는 9.4%, KBS2 ‘힐러’는 9.1%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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