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꼼수 증세’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던 연말정산 파문에 이어 건강보험 개혁까지 무산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을 결국 놓치고 마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선거가 없는 올해를 노동, 금융, 공공, 교육 등 핵심 분야의 구조개혁 골든타임으로 설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국민의 반대와 정부 여당 간 엇박자, 야당의 반발 등으로 정부 정책이 좌초되거나 바뀌는 일이 반복되면서 정책적신뢰가 떨어지고, 다른 핵심 사안들마저 추진력을 잃게 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연말정산 파동과 건보료 개혁안 백지화로 증세에 대한 동력이 상실되면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 또한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더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부담 없이 복지를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줄곧 견지하고 있다. 3년 연속 세수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도 복지 수요는 계속 증가하면서 재정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쓸 것은 많으느 데 걷을 돈이 적은 실정이다.
이에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는 ‘세입 내 세출’을 원칙으로 사회복지, 사회간접자본(SOC) 등 과잉 지출되는 분야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한 해 예산을 짤 때 걷은 만큼 지출한다는 생각으로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용하되 중복 지출이 있는 분야를 가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정처 관계자는 “현재 출산장려금, 무상 급식 등 복지 혜택이 필요 없는 계층에까지 지출되는 사례 등을 재점검해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수 확보를 위해 정확한 소득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염병배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나 고소득 개인사업자의 탈세를 막고, 현금 영수증 의무 발급 업종도 보다 확대해 숨은 세원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자영업자들의 소득파악률은 약 62%에 불과하고, 고소득 전문직과 개인사업자의 소득적축률(탈세액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4%에 이른다.
구조개혁을 위해서는 재정정책 뿐 아니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조율과 협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향후 세금이 덜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양육과 주택, 일자리 문제 해결을 통해 경제 활력의 불씨를 살려 세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고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구조개혁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 교수는 “일정 부분의 증세를 검토하되 실업 대책, 교육과 인적자원 축적, 보육과 출산 등 사회생산성을 높이는 복지에 우선적으로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