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째 정규앨범서 새멤버 첫선
찢어진 블루 진과 꺼끌꺼끌한 허스키 보이스로 미국의 희망을 노래해온 ‘미국 록 음악의 영원한 보스’ 브루스 스프링스틴(64)의 열여덟 번째 정규앨범 ‘High Hopes’(소니뮤직)<사진>가 나왔다.
그동안 라이브 무대에서 자주 선보였던 커버곡들과 미공개곡들을 새롭게 작업해 선보인 이번 앨범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옛것과 새것이 공존한다. 스프링스틴은 최근 몇 년간 연이어 그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멤버를 두 명이나 잃었다. 1973년 데뷔 때부터 함께해온 E 스트리트 밴드의 오르간 연주자 대니 페더리치를 2008년 잃었고, 2012년에는 색소폰 연주자 클라렌스 클레몬스가 세상을 떴다. 이 앨범에는 생전에 그들과 함께 작업한 곡들이 들어 있다. 스프링스틴은 이 곡들을 두고 “지난 몇십년 동안 미발매된 곡들 중 최고”라고 했다.
대신 강력한 새 멤버가 얼굴을 내밀었다. RATM(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의 합류다. 2008년 매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과 2013년 봄 오스트리아 투어 무대에 함께 섰던 모렐로는 이번 앨범에서 존재감을 강하게 각인시켰다.
타이틀곡 ‘High Hopes’는 애초 차분한 곡이지만 모렐로의 격렬한 기타로 새롭게 커버돼 희망을 노래한다. ‘The Ghost Of Tom Joad’는 현란한 기타 연주뿐만 아니라 보컬로 참여해 스프링스틴의 거친 보이스를 한 겹 벗겨낸 톤으로 멋진 듀엣을 선보였다. 이 곡은 존 스타인벡의 소설에 영감을 받아 완성한 곡으로, 세상의 차별과 거짓, 위선에 분노한 스프링스틴의 날선 목소리를 담고 있다.
이번 앨범은 엄밀히 따지면 새 앨범은 아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기존 곡을 새로 해석한 앨범이라는 게 맞다. 그렇다고 기존 발표곡을 악기 편성만 다르게 하는 식으로 편하게 다시 부르는 방식은 아니다. 앨범 타이틀곡처럼 커버곡도 있고 팬들이 사랑하는 스프링스틴의 명곡도 있고 앨범에 수록하지 못했던 곡들도 있다. 또 라이브 공연에서 자주 불렀지만 앨범에 수록된 적 없는 노래들도 담겼다. 이런 곡들을 일관된 주제 의식을 갖고 꿰어 정규앨범으로 내놓은 것이다. 의미심장한 노랫말로 공감을 이끌어내는 스프링스틴의 음악적 특징과 그가 오랫동안 이야기해온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 시간을 농축한 듯한 그의 에너지, E 스트리트 밴드의 노련함 등 강력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이윤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