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는 대자보들의 명동성당 돼야”
[헤럴드경제=김기훈ㆍ이현용 인턴 기자] 이른바 ‘김치녀 대자보’에 화답하는 대자보가 고려대에 줄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자보를 붙인 인물이 고대생이 아닌 외부인라는 주장이 나오는 등 ‘김치녀 대자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에는‘“ 김치녀’로 호명되는 당신, 정말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사진>가 붙어 화제를 모았다. <헤럴드경제 1월16일 보도 참고>
‘김치녀’로 상징되는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여성혐오를 꼬집으며 “이 시대의 여성들은 안녕한가”라고 질문을 던지는 대자보가 처음 공개되자 이 글에 호응하는 다른 대자보들이 17일 고려대에선 하나둘씩 붙어가고 있다.
뒤이어 등장한 ‘김치녀가 될 수밖에 없어서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는 대자보는 “평범한 여성이 이 사회에서 안녕하려면 김치녀가 될 수밖에 없다”며 현실을 개탄했다.
자신을 ‘고민많은 10학번 여학생 C양’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그저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온전히’ 지니고 싶습니다.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포기한 개념녀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라며 문제제기에 공감을 나타냈다. 또 ‘개념녀가 되기 위해 너무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해서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는 대자보는 이른바 ‘김치녀’가 아닌 ‘개념녀’에 대한 모호한 기준, 남성들의 이중잣대를 꼬집었다.
“성형을 해서도 안 되고, 근데 예쁘기는 해야 하고, 몸매도 좋아야 하고, 성격도 좋아야 하지만 여자들과 너무 친해서도, 너무 친하지 않아서도 안 되고, 너무 많은 남자들과 친해서도 안 되고, 하지만 남자들과 친하지 않고 너무 도도해서도 안 되고, 내숭을 부려서도 안 되고, 과하게 털털하고 내숭이 없어서도 안 되고, 연애를 하면 상대와 섹스를 해야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처녀여야만 하고….”
‘기꺼이 김치가 되기로 한, 민경’이라는 글쓴이는 이어 “ 도저히 어떻게 해야 개념녀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제가 살고 싶은 대로, 느끼는 대로, 원하는 대로 사는 데에 붙여지는 이름이 ‘김치녀’라면 그 이름을 기쁘게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고대생 커뮤니티인 ‘고파스’에는 “김치녀 대자보는 다른 단체가 원정 와서 의도적으로 붙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룰루팬티’라는 닉네임의 글쓴이는 “왜 굳이 자랑스럽게 남의 학교 대자보에다 붙여서 고대 학우분들과 대한민국 여성 모두를 안타깝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이건 페미니스트는 커녕 단순히 SNS식 선동질을 현실에서 보여주는 것과 다름이 없네요”라며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또 ‘외부단체의 대자보가 고려대에 붙어 마치 고려대 여학우를 대표하는 목소리인양 비춰져서는 안된다’, ‘대자보를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 학교 재학생인 이모 씨는 “외부인이 고대에 대자보를 붙였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다만 대자보를 썼다면 자신의 이름은 당당히 밝히는 게 좋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과 우려에 대한 반박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고려대 경제학과 박원익 씨는 ‘정대 후문이 ’김치‘의 성지가 될 조짐을 보며’란 대자보를 통해 “이곳은 대자보들의 명동성당입니다. 이 사회의 모든 차별받고 억압받는 목소리를 기억합시다”라고 주장했다.
또 실명이냐 아니냐, 외부인이 썼느냐 여부를 떠나, “우리들이 되물어야 할 것은, ‘왜 이토록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에 관해 자기검열을 해야 했는가’라는 게 아닐까요?”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외부단체와 기업의 무분별한 홍보물을 규제하되, 청소년, 소수자,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들이 이 공론장의 규칙을 준수하는 한 그들의 목소리가 민족고대 정신의 살아 숨쉬는 일부가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포용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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