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의 신도 성추행 혐의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고소인 측 변호사가 성추행 고소를 유도했다는 의혹의 육성녹음이 공개됐다.
16일 뉴시스에 따르면 허 대표의 신도 성추행(준강제추행) 혐의에 대한 고소장은 지난 2월 북부경찰청에 접수돼 9개월째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고소인 20여 명에 대한 조사는 완료됐고 피고소인 허 대표는 현재 10여 차례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신도들이 "허 대표가 여신도들의 신체를 접촉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허 대표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면담과정에서 당사자의 동의하에 영적 에너지를 주는 행위를 했다"면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고소인 방어권 차원에서 준비한 자료를 토대로 계속 답변을 받고 있기 때문에 조사가 언제 최종 마무리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해 당분간은 조사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구독자 86만여 명에 이르는 한 유튜브 방송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장을 낸 제보자 A씨는 고소인 측 법률대리인 B변호사가 성추행 고소를 유도했다는 주장을 담은 육성녹음을 공개했다.
A씨는 "왼쪽 가슴에 혹이 있어서 허경영씨한테 이 혹이 암인지 아닌지 봐달라고 했다. 그분이 닿을 듯 말 듯 스캔하듯이 손바닥으로 한 적은 있었다. 성추행 당한 건 특별히 없었다"면서 "수치심을 느낀 적 없다고 하니까 B변호사가 수치심 느낀 것처럼 (진술서를) 쓰게끔 유도했다"고 말했다.
A씨는 "처음에 고소장을 써갔더니 '내용이 너무 애매모호하다'고 해서 B변호사가 구체적으로 불러주는 대로 쓰라고 해서 그대로 썼다"고 언급했다.
공개된 대화 내용에는 B변호사가 "병원 가도 의사선생님이 만지면 움찔움찔 하잖아요. 누워보세요 이렇게 누르기도 하고 약간 조금 민망하죠. 그 부분에 오래 머물렀다 그것도 써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A씨는 "B변호사가 성공보수에 대해 강하게 얘기했다. 또 다른 사람들도 소개시켜 달라고 했다"며 "B변호사를 무고죄로 4월 경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육성녹음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B변호사의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변호사로서 의뢰인이 알고 있는 사실을 정리해 주는 것이 아니라 유도신문 등을 통해 죄를 만들어 가는 내용 등으로 볼 수 있다"며 "변호사 윤리에도 반하는 행동으로 볼 수 있고, 이런 경우 무고 교사 내지 심지어 공동정범으로까지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B변호사 "A씨가 성추행으로 고소해야 하겠다고 먼저 연락이 왔다. 자필로 쓴 내용이 애매해서, 변호사로서는 가이드를 준 것일 뿐"이라며 "사람 일은 알 수 없으니, A씨의 주장은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법조인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변호사들이 판사도 아니고, 수사관도 아니고, 지금 수사 중이다"며 "내용 전체를 들어본 것도 아니고, 실력 있고 제대로 된 변호사라면 그 (유튜브 육성녹음) 방송 내용이 단편적이니 판단할 수는 없다고 얘기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한편, 허 대표와 관련된 고소 건은 성추행 혐의 이외에 북부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2대에서 지난해 12월 사기, 정치자금법, 식품위생법, 식품광고법, 약사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돼 조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