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경축식 중계방송에서 '기역'→'기억'으로 오기
광복절에 오페라 '나비부인' 편성 건은 '권고' 처분 받아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공영방송 한국방송(KBS)이 광복절에 일본 기미가요를 방송해 비난받은 데 이어 한글날 특집 방송에 한글 자막을 반복적으로 틀려 논란이다.
10일 KBS에 따르면 KBS 1TV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KTV는 한글날인 지난 9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글날 경축식' 행사를 중계 방송했다.
문제는 행사 끝 무렵 서도밴드의 '한글 뒤풀이' 공연 중계에서 터졌다. 한글 자음 '기역 니은 디귿 리을' 가사를 '기억 니은 디읃 리을'이라고 오기된 자막을 내보낸 것.
한글 자모의 첫 번째 글자인 'ㄱ'은 '기역'이라고 읽는 게 맞다. 'ㄷ' 또한 '디귿'이라고 해야 한다.
서도밴드의 노래 '한글 뒤풀이'는 '기역 니은 디귿 리을'이 가사 대부분이라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기역'이 아닌 '기억', '디귿'이 아닌 '디읃'으로 자막이 나갔다. 실제 행사 배경에는 '기역'이라고 올바르게 쓰여 있었지만, KBS와 KTV 생중계 자막에는 맞춤법이 틀려 혼란이 가중됐다.
KTV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인 한국정책방송원이 운영하는 방송 채널이고, KBS는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이다. KBS 측은 논란 이후 "자막이 그렇게 나간 경위에 대해 파악 중이며 정리되는 대로 입장을 밝힐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행사 기획사가 제공한 가사 자막에 오류가 있었으나 방송용으로 재제작하는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했다"며 "자막 오류를 발견한 뒤 다시보기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고 수정작업을 거쳐 서비스를 재개했다"고 해명했다.
KBS는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공익 프로그램 '우리말 겨루기'를 20년 넘게 편성 중이며, 홈페이지에는 '우리말 바로 알기'라는 메뉴를 운영해 올바른 한글 문화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공영방송사가 한글날 특집 방송의 자막 감수 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이 더욱 가세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KBS는 광복절에는 '기미가요'가 등장하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KBS 1TV 'KBS중계석'으로 편성해 비판을 받았다.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이 일본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은 웬만한 문화 소양을 갖춘 이에게는 상식적인 지식으로 통한다. 때문에 광복절에 '나비부인' 편성은 단순 실수라기 보다 의도적 편성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었다.
지난 7일 방송통신심의원회에서 열린 관련 안건 심의에서 의견진술에 출석한 KBS 측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날 논란을 일으켜 죄송하다"며 "특별 감사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KBS 1TV 중계석은 경미한 행정지도인 '권고'를 처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