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기 전인 지난 2007년 1월 13일 첫 방송된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이 오는 24일이면 400회를 맞는다. 잠시 떠난 적은 있지만 국민MC 강호동을 중심으로 끌어온 이 프로그램은 올해로 9년차를 맞으며 총 3800여명의 일반인 출연자와 200여명의 연예인 패널이 웃음과 감동의 스토리를 써냈다.
400회 녹화를 앞둔 19일 오후 서울 등촌동 SBS 공개홀에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은 김재혁 PD와 MC 강호동, 장수 패널 김지선은 물론 광희 변기수 이국주 조세호 등 ‘스타킹’을 이끄는 얼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한 프로그램이 ‘하나’의 ‘이름’과 ‘포맷’을 가지로 9년을 버티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SBS ‘스타킹’은 과거 2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내공으로 방송3사 주말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앞세워 시청자와 만난다. 경쟁작은 국민예능 ‘무한도전’(MBC)과 저력의 음악예능 KBS2 ‘불후의 명곡’이다. 매회 새로운 일반인이 출연한다지만 포맷의 변화는 없고, 인기스타도 드물다. 시청률은 적정 수준대(9%대)를 유지하나 방송사의 최대 수익인 ‘광고 판매’가 눈에 띄게 높은 프로그램도 아니다. 당연히 400회를 지내는 동안 ‘존폐 논의’도 있었다.
이창태 SBS 예능국장은 “지난 9년간 내부적인 고민도 많고 부침도 있었다. 존폐의 기로에 놓인 적도 많았지만, 그래도 끌고 가자는 방송사의 철학이 뒷받침돼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광고 판매를 위해 소비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일반인 출연자들에게 의미있는 무대를 만들어주고,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동안 ’스타킹‘이라는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손을 맞잡아 공감의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수익을 떠나 사회 공익적인 차원에서 지속해야한다는 사명감으로 프로그램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지난 9년간 ‘스타킹’을 통해 거쳐간 스타 일반인들이 숱하다. 야식 배달부에서 성악가로 인생역전한 ‘한국의 폴포츠’ 김승일부터 한국의 머라이어 캐리 소향, 국악 소녀 송소희,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댄스 신동 나하은 등 3800여명의 명단에 이름을 올린 주인공을 발굴하기까지 제작진의 노고도 컸다.
김재혁 PD는 “‘스타킹’이 처음 등장할 당시엔 일반인들이 자신의 자랑거리를 내세울 자리가 없었다. 지금은 SNS 등을 통해 노출되는 일반인들이 많아 섭외에 어려움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반대로 제작진이 소재를 발굴하는 데에도 SNS가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9년 전과 비교해 매체 환경의 급변으로 인해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일반인의 노출이 SNS와 유튜브, 커뮤니티 등 각종 채널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방송 프로그램의 ‘신기한 일반인’ 노출이 그리 신선하지 않은게 사실이다. 나날이 화제성이 떨어지는 것도 환경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김재혁 PD는 하지만 “똑같은 재주와 퍼포먼스도 SNS에서 할 때와 TV에서 하는 것은 다르다”며 “조금 더 잘 표현하거나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연습하면서 ‘스타킹화’하는 노력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이창태 국장은 이 과정에 대해 “이미 일반인의 노출이 빈번한 상태이기에 방송 출연자들은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 수위가 올라가야 할 수밖에 없다”며 “출연자를 찾는 과정은 대단한 노력을 통해 금광을 캐내는 것”과 같다는 어려움도 토로했다.
일반인 출연자들이 제작진이 깔아놓은 판에서 주인공이 되는 데에 가장 큰 조력자와 돼주는 이들은 MC 강호동과 수많은 연예인 패널들이다. 그 크기야 천차만별일지라도 마음 한 켠에 ‘주목’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연예인이면서도 일반인 출연자들 앞에서 기꺼이 뒤로 물러선다. 소녀시대, 현아, 2PM 등 대세 아이돌도 예외는 없다. 매회 10여명에 달하는 연예인 패널이 ‘스타킹’을 찾아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이창태 국장은 “일반인 출연자들에게 연예인 패널은 자기 무대를 지켜봐주는 대중이자 팬이고, 관중”이라며 “이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일반인 출연자들은 주인공이 되고, ‘스타킹’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기도 한다. 이 무대가 출연자들에게 이정표와 나침반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혁 PD도 “‘스타킹’은 연예인이 주인공이 아니다. 일반인 출연자가 주인공이 되고 그들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며 “출연자들의 공연에 즐거워하거나 감동하고 흉내도 내면서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기꺼이 조연 역할을 해주는 출연자들에게 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세금 과세 논란으로 1년간 자리를 비웠던 기간을 빼고 내내 프로그램을 지켜왔던 강호동은 ‘스타킹’의 또 다른 주인공이기도 하다. ‘소통’의 MC답게 강호동은 “일반인 출연자들에게 진심으로 귀를 열고, 가슴을 열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박수를 쳐준다. 출연자들이 아쉬움 없이 이야기를 하고, 그들의 사연에 눈물까지 흘릴 수 있는 유일무이한 MC“(이창태 국장)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강호동과 패널들의 역할로 ”초창기의 ‘스타킹’ 인기가 퍼포먼스의 힘이었다면, 현재는 ‘이야기의 힘’“이라고 이창태 국장은 덧붙였다.
이미 400회를 맞았지만 “방송3사 주말 프로그램 중 유일한 일반인 출연자가 주인공이라는 자부심”으로 ‘스타킹’은 향후 1000회를 기약한다.
김재혁 PD는 “경쟁작인 ‘무한도전’과 달리 포맷의 변화가 없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타사 프로그램보다 이슈가 덜 되는 부분이 있다”며 “‘스타킹’의 차별점은 다이나믹이다. 그 장점을 살리되, 이슈를 끌고 가기 위해 400회 이후로는 연속성을 강화한 구성을 고민 중이다. 월별, 분기별, 연별 ‘킹 오브 킹’을 뽑는 방식 등 다양한 고민이 담긴 구성과 한 달 단위의 단기 프로젝트(몸짱킹, 목청킹 등)도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호동 역시 “내겐 스승 같은 프로그램이다. 우리 이웃이 재미와 재능, 감동을 발휘할 무대를 마련한다는 ‘스타킹’만의 미덕과 장점을 잘 살 방송이 500회, 1000회가 되도록 함께 울고 웃는 모습을 담아내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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