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감세와 고비용 정책...채권 시장에 악재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채권왕’으로 불리는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 빌 그로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보다 채권 시장에 더 나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산운용사 핌코의 창업자이자 현재 야누스캐피털그룹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그로스는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는 그가 핌코를 운영할 당시 채권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던 급증하는 미국 재정적자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 또한 수조 달러의 적자 지출에 책임이 있다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속적인 감세와 더 많은 비용이 드는 정책을 옹호하기 때문에 (시장에) 더 약세를 가져올 후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은 더 파괴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로스 매니저의 이같은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유세에서 핵심 주장 중 하나인 ‘바이든 대통령보다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의 더 나은 집사가 될 것’이라는 발언을 약화시킨다고 FT는 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경제 계획 중 하나는 자신이 2017년 시행했던 감세를 영구화하겠다는 공약이다. 미국 싱크탱크 ‘책임 있는 연방예산 위원회(CRFB)’는 이 감세안이 향후 10년간 4조달러(약 5472조원)의 비용을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급증하는 미국의 재정적자는 그로스 매니저를 유명하게 만든 채권 전략에서 선회하게 했고, 최근 전망에서 “투자총수익(total return) 채권 전략은 죽었다”고 선언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미국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8.8%에 달했는데, 이는 2022년 4.1%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그는 “적자가 원인”이라며 “연간 2조달러의 증가가 시장에 어느 정도 압박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그로스 매니저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약간의 레버리지를 사용하면서 우선증권, 전환자본 및 최대 20%의 사모신용에 투자하는 폐쇄형 펀드에 투자를 할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투자는 유동성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투자자에게 확실히 더 매력적”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그로스 매니저는 미국 주식시장에 대해 상대적으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투자자들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의 지난해 수익률 24%가 무한 반복될 것으로 예상하기보다는 “기대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장은 결국 되돌아갈 것이다. 그것은 가격이 현재보다 덜 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람들이 10%나 15%를 예상한다면, 더 낮은 수익률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