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비리 ‘파수꾼’ 백승재 사내변호사회 회장
사내변호사 역할 확대 불구 의사결정참여 등 제도 미흡
지난 한 해에도 많은 기업인들이 비리 혐의를 받고 검찰과 법원 문턱을 넘나들었다. 그들이 선처를 구하며 하는 흔한 변명 중 하나. “불법인줄 몰랐습니다.” 경영상 필요한 일이라 생각해 실행한 것이 불법인 것으로 드러나 기업인들이 구속됐을 경우 사회적으로 입는 손실은 상당하다. 그러한 불법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회사 내부에서 막는 숨은 공신이 있다. 사내변호사다.
2009년부터 한국사내변호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백승재(사법연수원 31기·사진) 변호사는 사내변호사의 역할에 대해 “기업 준법경영의 첨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IMF(외환위기) 사태 직후 대우그룹과 해태그룹 등이 분식회계 사건으로 와해되고, 또 그로 인해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보면서 회사 내부에서 준법경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과거 사내변호사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소속 회사 관련 소송에 참여하는 변호사라는 수준에 그쳤다. 실제로 과거에는 그런 역할에 그치는 경우도 많았다. 현실 업무에 대해 잘 모르고 법전만 들이대며 딴죽을 건다는 기업 내부의 부정적 인식도 많았다. 정작 회사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사내변호사에게 알려주지 않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사내변호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그 중요성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리스크 헤지’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백 변호사는 “기업 경영진이 경영 판단을 하며 위험을 감수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면, 사내변호사는 법률 판단을 하며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사내변호사라는 명칭으로 기업이 변호사를 채용한 지는 15∼16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국제 경영환경이 사업 초기 계약 단계부터 법조인들의 적극 개입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실무와 함께 사내변호사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내변호사 역할이 이렇게 괄목할 정도로 커지게 된 데에는 백 변호사의 역할이 컸다.
국내에서 최초로 사내변호사의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실행에 옮긴 그가 처음 회사에 입사해 사내변호사 역할을 찾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다.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에서는 기업 또는 조직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법률적 지식 및 경험 등에 대해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 변호사와 뜻을 함께한 이들의 부단한 노력 덕분에 2007년 처음 사내변호사회가 만들어졌을 때 100여명에 불과했던 회원 수가 현재는 10배 가까이 증가한 1200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백 변호사는 “사내변호사의 역할이 상당히 커졌음에도 회사 의사결정에 참여한다거나, 신분보장이 이뤄지는 등의 제도적 장치는 미흡하다”며 “사내변호사회를 통해 관련 제도를 발전시키고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