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의 3월 물가지표가 예상치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국내 증시 전문가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첫 피벗(pivot·금리 인하) 시기가 하반기로 지연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기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 물가의 둔화 흐름을 확인하면서 6월 FOMC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했다”면서도 “물가 둔화 확인까지 시간이 좀 더 소요될 것으로 판단돼 6월보다는 7월에 연준의 첫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을 수정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보다 0.4% 올라 월가 예상치인 0.3%를 웃돌았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3.5% 올랐고 이 또한 월가 예상치(3.4%)보다 높았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전월 대비 0.4%로 집계돼 시장 예상(0.3%)을 상회했다.
안 연구원은 “3월 물가를 통해 에너지 가격과 주거비 등이 빠르게 둔화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면서 미국 물가의 둔화가 예상보다 늦춰지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며 미 국채 10년물 상단은 4.7%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기존 3회 인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 국채 10년물 상단을 4.3%로 인식하고 있었으나, 변동성 확대와 투자심리 약화 등으로 인해 추가적인 물가 지표 발표 이전까지 저가 매수세 유입은 제한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최초 금리 인하 시기를 ‘일러야 9월 이후’로 제시했다.
이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지난 3월 FOMC에서 연초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계절적 영향으로 치부하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도 궁색한 변명이 됐다”며 “지난해 말 연준 인사들이 인플레이션 상황을 긍정적으로 판단했을 당시 6개월 정도의 연율화 상승률에 기반했던 점을 감안하면, 첫 금리 인하는 일러야 9월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월에는 높은 상승률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 범위는 축소됐지만 3월에는 다시 상승 범위가 확대됐다”며 “특히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둔화하지 않는 것이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6월 FOMC 전까지 4∼5월 두차례 인플레이션 지표 확인이 가능한데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며 “급작스러운 경기 악화나 금융불안이 나타나지 않는 한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시점은 하반기로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CPI 반등은 어느 정도 예견된 부분이지만, 근원 CPI가 전월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며 물가의 경직성이 높아지고 있어 우려감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가 상승은 일정 수준 높아지게 되면 수요가 약해져 상품 물가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앞으로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서는 C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6%로 높은 주거비 부문의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