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관련 관계부처 합동 대응회의
금융위원장 “철저한 자구노력 바탕으로 채권단 설득해야”
정부, 부동산 및 금융시장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판단
60개 사업장은 상황 따라 계속사업 또는 정리 진행
“시장안정프로그램 60조 여력 있어”…시장 적극대응
종합대응반 통해 대응방안 신속 이행…추가조치 검토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끝에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과 관련해 태영건설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전제로 워크아웃을 통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지원하기로 했다.
사업성이 양호한 PF 사업장은 정상 사업을 추진하되,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사업장은 매각, 재구조화 등을 추진하는 연착륙 기조도 일관되게 적용한다. 금융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회사채 매입 등 시장안정 프로그램도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28일 오전 김주현 위원장 주재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관계부처 합동 대응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을 비롯해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1차관이 참석했다.
김주현 위원장은 “향후 워크아웃 과정에서 태영건설의 철저한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채권단과의 원만한 합의와 설득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시장참여자의 신뢰와 협조가 필요하다”며 “정부도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태영건설의 재무적 어려움이 글로벌 긴축과정에서 PF 대출 및 PF 유동화증권 차환이 어려워진 가운데, 높은 자체시행사업 비중, 높은 부채비율(258%) 및 과도한 PF 보증(3조7000억원) 등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 또 과도한 불안심리 확산만 없다면 건설산업 전반이나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된 가능성은 없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파악한 태영건설의 PF 사업장은 9월 말 기준 총 60곳(금융회사 익스포저 보유 기준)으로, 사업장 유형과 사업 진행상황에 따라 PF 대주단 협약과 PF 정상화 펀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의 PF 사업자 보증, HUG 분양보증 등을 통해 정상사업 추진 또는 정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우선 사업성과 공사진행도가 양호한 사업장은 HUG, 주금공의 지원 등을 통행기존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정상적인 사업진행이 어려운 사업장은 PF 대주단과 시행사가 시공사 교체, 재구조화, 사업장 매각 등을 추진한다. PF 대주단 협약을 통한 원활한 의사결정과 PF 정상화 펀드를 통한 재구조화 및 매각지원이 이뤄진다.
분양계약자 보호 조치도 마련된다. 현재 태영건설이 공사 중인 주택사업장 중 분양이 진행되어 분양계약자가 있는 사업장은 22개, 1만9869세대다.
이중 14개 사업장(1만2395세대)은 HUG의 분양보증에 이미 가입된 상태로, 태영건설의 계속공사 또는 시공사 교체 등을 통해 사업을 계속 진행함으로써 입주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분양보증에 가입되지 않은 나머지 사업장도 상황에 따라 태영건설 계속공사 또는 시공사 교체를 진행한다. 사업진행이 곤란한 경우에는 HUG의 주택분양보증을 통해 계약자에게 기존에 납부한 분양대금을 환급해준다.
태영건설의 협력업체는 581개사로, 1096건의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정부는 하도금대급 지급을 원활히 진행하고, 필요시 보증기관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다. 태영건설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30% 이상으로 높은 하도급사에 대해서는 금융기관 채무를 1년간 상환유예하거나 금리감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다른 건설사 PF 사업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PF의 연착륙 기조를 일관되게 추진하되, 관계부처 합동으로 추가적인 건설투자 활성화 방안을 조속히 확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건설사가 발행한 회사채·기업어음(CP)와 건설사가 보증한 PF-ABCP에 대한 차환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하고, PF-ABCP를 장기 대출로 전환하기 위한 보증 프로그램을 증액한다. 저신용 기업들의 시장성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P-CBO 프로그램도 규모를 확대한다.
권대영 금융위 상임위원은 시장안정 프로그램과 관련해 “약 60조원의 여력이 남아있다”며 “60조원을 가지고 1차로 대응하고, 그것도 불안해지면 추가적인 대책도 즉각 가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4조5800억원에 달하는 금융권의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에 대해서도 대응책을 마련했다.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가 해당 금융회사 총자산의 0.09% 수준이어서 건전성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권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비하기 위해 보다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정부·관계기관은 이날 논의된 내용이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이행되도록 이달 11일에 설치한 ‘관계부처 합동 종합 대응반’을 통해 대응방안을 조속히 이행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조치를 신속히 검토·추진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경제의 규모와 여력을 감안할 때 시장 참여자들이 협조해주신다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과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종합 대응반을 통해 시장 참여자와 지속 소통하고 상황을 점검하며 시장 안정을 도모해 나가겠다”며 협조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