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밤 11시 ‘입적확인’ 알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 스님이 입적한 칠장사는 지난 밤의 화마로 인해 매캐한 냄새가 사찰 입구부터 코를 찔렀다. 30일 오전 사고가 난 요사채의 건물은 지붕과 서까래가 모두 무너진 상태였다. 목조건물 특성상 전소된 것이다.
요사채를 전소시킨 큰 불은 화재 진압 시작 1시간만에 잡혔지만, 잔불 정리까지는 모두 4시간여가 소요됐다. 다행히 다른 건물로 화재가 번지지는 않았다.
칠장사는 천년 고찰로 경기 안성 칠현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인 등 현장감식을 위해 주변인의 현장 접근을 차단했다.
전날 소방당국은 굴삭기를 동원해 화재로 무너진 지붕 일부를 들어내고 요사채 내부에서 주검 한구를 발견했다. 자승 스님이 입적한 요사채는 평소 스님들이 거처 목적으로 사용하던 장소였다. 자승 스님은 칠장사를 드물지 않게 찾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사고 당시 칠장사에는 자승 스님 외에도 일부 신도들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도 알려졌으나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사고 현장 인근에 신도들이 함께 있었던 것은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칠장사 화재는 29일 오후 6시 50분께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자승 스님은 칠장사를 방문키로 한 뒤 요사채에 머물렀으며, 외부와는 연락이 두절 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큰불은 1시간여만에 잡혔으나 굴삭기를 동원해 내부를 확인한 결과, 전날 오후 9시 40분께 시신 1구가 발견됐다. 조계종은 밤 11시쯤 자승 스님 입적을 공식 확인했다.
조계종은 “칠장사 화재와 관련해 조계종 제33대 제34대 총무원장을 역임하신 해봉당 자승스님께서 입적하셨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화재 현장 인근에 세워져 있던 자승 스님의 승용차 내부 대시 보드에는 자승 스님의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가 발견되기도 했다. 메모에는 “칠장사 주지 스님께,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았소”로 시작해 “인연을 스스로 끊었습니다. 검시할 필요 없습니다. CCTV 녹화되어 있으니 번거롭게 하지 마십시오”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불교계에선 자승 스님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가 평소 필적과 같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자승 스님이 최근까지도 포교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던 만큼 자승 스님의 ‘입적 선택’이 다소 어색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교신문에 따르면 자승스님은 27일 자승스님은 “나는 대학생 전법에 10년 동안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래 성취할 일을 언급한 뒤 입적을 선택한 것은 다소 어색한 부분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과 사망 이유 등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자승 스님의 메모대로 자승 스님이 스스로 입적을 선택했을 가능성과 함께, 화재를 피하지 못했을 가능성까지 두루 살펴보겠다는 설명이다. 또 소방당국은 정확한 발화 시작 지점, 발화 원인물질 규명 등에 대해서도 살펴볼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현장의 연소 패턴 등을 살펴보며 발화 원인과 확산 경로 등 전반적인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화재 사고 원인 규명과는 별도로 시신의 유전자정보(DNA) 분석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를 마친 상태다. 자승 스님 본인이 맞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내부 절차상 확인이 필요하다는 게 경찰측 설명이다.
안성=김용재·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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