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하반기~2022년 상반기 전세 고점
집주인 “만기 남았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독촉”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경기도 광주시 한 대단지 아파트에 세를 내준 집주인 A씨는 하루가 멀다하고 오는 세입자의 독촉 전화에 힘겨운 나날 보내고 있다. 2022년 초 5억원에 전세를 내줬는데 2억원 가까이 시세가 떨어진 상황이다. 만기를 두 달 앞두고 3억원대에도 전세가 나가지 않자 세입자는 독촉을 시작했다. A씨 “만기일까지 돈을 마련한다고 했는데도 전셋값을 더 내려보라면서 매일 연락이 온다”면서 “전셋값을 못 돌려받을까 걱정되는 마음도 알겠지만, 돈을 준비 중이라고 했는데도 이러니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상반기에 체결된 전세 거래의 2년 만기가 속속 다가오면서 역전세 우려로 인한 집주인-세입자 간 갈등이 또다시 싹트고 있다. 당시 전세가격이 전고점을 뛰어 넘는 단지가 다수 등장하며, 많은 거래가 고점에서 성사됐다. 올 중순부터 집값이 소폭 회복 기미를 나타냈지만, 서울 중심부를 제외하고 대다수 지역은 전셋값이 전고점 대비 여전히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최고점 대비 전셋값이 반토막 단지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2년 전인 2021년 11월 경기도 과천시 부림동 주공8단지 전용 73㎡는 8건 중 6건이 6억원 이상에 거래됐는데, 이달 11일에는 3억원에 전세 거래가 체결됐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꿈에그린 전용 84㎡도 2021년 9월 8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으나 이달 6일에는 3억9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2021년 전세가격이 무섭게 올랐던 만큼, 하락폭도 큰 상황이다. 부동산R114가 2021년말 대비 2023년 9월말 평균 전세가격 변동률을 비교했을 때 수도권은 -12.63%, 지방은 -8.21%로 수도권의 낙폭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올 10월 중순까지 전세 감액 갱신 비중 역시 수도권의 감액 갱신 비중(44%)이 지방(34%)을 웃돌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사그라들지 않는 것이다. 역전세로 만기 때 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는 세입자들의 독촉을 부추기고 있다. 수도권 한 세입자는 “부동산에서 만기 때 돈을 못받을 수 있으니 집주인에게 자주 연락해 압박을 주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반면 집주인들은 아직 만기가 되지 않았는데 ‘돈은 준비했냐’는 취지의 연락이 계속 오니 스트레스가 크다는 입장이다. 또다른 집주인은 “전세보증금반환대출을 이용해 보증금을 내준다고 했는데도 ‘한도가 확실히 나오냐’는 등 세입자 연락이 끊이지 않으니 짜증이 났다”고 했다.
집주인이 보유 현금이 부족할 경우 전세보증금반환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역전세 상황에 놓인 집주인들을 위해 ‘역전세반환대출’ 시행 중이다. 전세금 반환 목적으로 은행권 대출 이용할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아닌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하는 게 골자다. 단, 집주인 선순위 대출 확대에 따라 후속 세입자와는 반드시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을 특약으로 하는 임대차 계약 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