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외화를 더빙으로 보냐?” vs “더빙으로 보니 배우들의 표정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국 TV 드라마 시리즈 ‘셜록3’로 외화의 우리말 더빙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재현됐다. 시청자게시판과 SNS에 더빙판을 둘러싼 엇갈린 반응이 올라오자 현직 성우가 자신의 트위터에 격앙된 어조의 글을 남겨 논란을 더욱 키웠다.

지난 5일 KBS에선 동아시아 최초이자, 미국보다 빨리 영국드라마(영드) ‘셜록3’의 첫 에피소드 ‘빈 영구차(The Empty Hearse)’를 방영했다. 새해 첫 날 영국에서 시즌3의 첫회분이 방영되자 무려 920만 명의 시청자가 안방으로 모였던 기현상은 국내라고 다르지 않았다. 현지 방송과의 시차를 줄여 국내 첫 방송은 자정부터 새벽 1시를 넘기는 시간까지 이루어졌음에도 3.8%(닐슨코리아 집계)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드라마 못지 않게 화제가 됐던 것은 ‘목소리 더빙’을 둘러싼 논란이었다. 사실 영드 ‘셜록’의 가장 큰 매력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것은 셜록 역할을 맡은 주연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영국식 발음과 촌철살인의 속사포 대사다. 이에 시청자들은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누가 요즘 외화를 더빙판으로 보냐. 방송 하지마라”, “셜록의 매력이 다 사라졌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이와는 반대로 “더빙으로 보니 배우의 표정과 내용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는 의견도 올라왔지만 KBS 공채 출신의 권창욱 성우는 일부 시청자들의 불만에 “요즘처럼 원어판 구하기 쉬운 세상이 어디 있냐.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된다”는 내용의 과격한 글을 남겨 논란을 키웠다.

영국 TV 드라마 시리즈 ‘셜록3’
영국 TV 드라마 시리즈 ‘셜록3’

논란 직후 권 성우는 헤럴드경제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더빙판을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더빙 외화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방송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그들의 시청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과거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해외 드라마를 소비했던 시절을 거친 데다 현재 케이블TV에서 외화 전문 채널이 늘자 최근 안방에선 해외드라마를 빠르고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원어판 드라마를 일찌감치 접해온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현지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욕구가 커져 이미 ‘더빙 외화’는 설 자리를 잃게 된 상황이다. 라디오드라마와 각종 외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전문성우들의 입지 역시 날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시대적 변화라는 어쩔 수 없는 벽을 만났다지만 지상파 방송의 자막 방송은 국민의 시청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권 성우 역시 이를 꼬집으며 “방송 외화는 노년층과 시각장애인 등 전연령과 전계층을 배려하기 위한 당연한 과제”라며 “더빙 외화의 경우 모국어를 통해 대사를 전달하기 때문에 빠르게 흘러가는 자막을 읽다 놓쳐버린 배우의 표정과 연기를 자세히 살필 수 있고,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게 해주는데 전문 성우들을 단지 목소리를 입히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재 KBS에선 절충안을 택하고 있다. 심광흠 KBS 편성기획부 영화팀장은 “공영방송인 KBS에선 외화의 경우 보편적 서비스를 해야한다는 판단으로 더빙판을 방영하고 있는데, 젊은 시청자는 주인공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다는 반응이 많다”며 “두 가지를 충족시키기 위한 최선책으로 이번 ‘셜록3’에선 더빙판과 음성다중 기능으로 한글자막을 삽입한 원어판을 함께 방송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음성다중이 지원되지 않는 TV를 소유했거나 음성다중지원 기능을 이용하지 않는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한 우리말 더빙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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