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내년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세계 5위 규모인 1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저유가와 내수 부진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큰 폭으로 줄면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1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2015년 수정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 한국의 경상수자가 1087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규모의 흑자는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인 지난해의 799억달러는 물론 올해 전망치인 840억달러를 넘어서는 규모다. 올해 1∼11월 누적 흑자는 819억달러다.
세계적으로 연간 경상 흑자가 1000억달러를 넘는 나라는 독일,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스위스 등 4개국밖에 없을 정도로 드물다.
지난해 기준으로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가 2549억달러로 가장 많고 중국(1828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1326억달러), 스위스(1039억달러)가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는 네덜란드(871억달러)에 이어 경상 흑자 6위 국가였다.
그러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예상되는 내년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는 기업들의 고공행진 덕분이 아니라 저유가와 내수 부진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드는 데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내수 부진으로 수입 증가율이 둔화하고 국제 유가가 떨어지는 것이 대규모 경상 흑자의 요인이라고 예산정책처는 설명했다.
또 통관기준으로 내년 수출이 2.9%, 수입은 0.1% 각각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유승선 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내년 평균 유가를 배럴당 75달러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보다 더 내려갈 수 있다”며 “원/달러 환율도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오르고 있어 경상 흑자를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측은 “한국의 원유 수입 규모가 연간 9억 배럴에 달하기 때문에 저유가에 따른 상품수지 개선 효과가 250억 달러를 넘을 수 있다”며 “내년 경상수지가 1073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과도한 경상 흑자는 원화 가치를 올려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열린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에서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수입 비용의 감소는 기존의 경상수지 흑자 폭을 더욱 확대시키고, 장기적으로 원화에 상당한 절상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반면,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는 상황에서 큰 폭의 경상 흑자는 한국 금융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제시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은 “경상수지 흑자가 많으면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졌을 때 버팀목이 될 수 있다”며 “내년에 신흥국들이 외환위기에 빠진다 해도 한국으로 위험이 옮겨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