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소아과 살리기’ 법안 5건

소위 토론은 0건…임기 만료 시 폐기

소아과 전공의 충원율, 5년 새 73% ↓

의료계 “골든타임 지나…빨리 교정해야”

“소아과 오픈런, 수요·공급 불균형 방증”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이상섭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국내 소아·청소년과 병원 폐업이 급증하며 필수의료 붕괴 조짐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21대 국회 내 관련 법안에 대한 상임위 소위 회의는 한 번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와 예산정국을 지나 총선 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나면 임기 만료로 현재 계류 중인 소수의 법안 역시 폐기돼, 소아·청소년과 의료 붕괴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번 국회에서 발의된 소아·청소년과 진료 붕괴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긴 법안은 총 5건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김도읍 의원 대표 발의)과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종성 의원 대표 발의) 등 2건을 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신현영 의원 대표 발의)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신현영 의원 대표 발의)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김성주 의원 대표 발의) 등 3건을 발의했다.

김도읍 의원의 법안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별로 야간 및 휴일에 소아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소아진료기관의 지정과, 행정적·재정적 지원의 법적 근거 마련을 골자로 한다. 응급실 과밀화 해소와 소아환자에 대한 의료 공백 방지를 위한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대표 발의안에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부족, 소아과 감소 등 전국적으로 소아의료 인프라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어 국민의 소아의료 접근성이 심각하게 저하되고 있다”며 “이뿐만 아니라 야간 소아응급실 감소로 중증 및 응급 소아환자 대처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과 신현영 민주당 의원도 각각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필수의료를 수행하고 있는 중증·응급·소아·분만 등 전공의 지원 기피 현상’을 공통으로 지적했다. 전공의 기피 현상이 ‘소아진료 공백 사태’로까지 이어진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의원은 대표 발의안을 통해 “인력 부족으로 인한 ‘소아진료 공백 사태’ 등 위기에 직면한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2017년 전공의 충원율 100%에서 2022년 27.5%로 급감했다”며 “전공의 충원율이 하락하며 필수의료 전반에 걸쳐 전공의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법안의 방향은 다르다. 이 의원 안은 필수의료를 수행하는 의료인의 의료 사고와 관련해 설명 의무의 충실한 이행을 했고 중대과실이 없다면 형사처벌의 감경·면제하는 요건을 규정해 이를 통한 필수의료 기피 현상 해소를 목적으로 한다.

반면 신 의원 안은 대통령령으로 필수의료를 정의하고, 보건복지부 내 필수의료정책심의위원회 설치와 국가 및 지자체로 하여금 행정적·재정적 지원 등 필수의료 지원 시책을 실시토록 하는 것을 요체로 한다.

하지만 이러한 법안들은 모두 소관위에 머물러 있는 상태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복지위 소위에도 상정 당시에만 안건으로 올랐을 뿐 법안 내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토론도 이뤄지지 않았다.

의료계에선 국회의 지지부진한 입법 논의에 “이미 골든타임을 지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소아과 오픈런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공급·수요가 안 맞는다는 뜻”이라며 “민형사상의 법적 압박, 온라인 커뮤니티 내 블랙컨슈머 활동, 인기 병원으로의 편중 현상 등 리스크 요소들이 너무나 많은 만큼 지금이라도 교정을 해나가는 것이 국무를 하는 분들이 책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국회에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주시면 좋겠고, 지속적으로 현장성에 맞는 법안들이 관철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po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