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불교재단 문화행사 준비
4.8만배 참회기도·다례제 계획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세속의 티끌이 눈에 낀 사람은 산이 산으로 보이지 않고, 진리의 혜안을 가진 사람은 사물의 핵심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말로, 성철 스님이 지난 1981년 조계종 종정직에 추대된 후 자기 대신 추대식에 보낸 법어다. 삼보정재(三寶淨財, 사찰의 재산)를 시속의 밥그릇 싸움으로 전락케 한 한국 불교계를 향한 경종이자 대중을 바른 삶으로 인도하는 축도의 계문이었다.
한국 불교계의 태고봉이자 우리 시대의 ‘큰 스승’ 성철스님의 입적 30주년을 맞아 그를 기억하는 다양한 문화 행사가 진행된다.
백련불교문화재단은 2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성철 대종사의 열반 30주기 기념 행사를 공개했다.
우선 성철 스님의 선문(禪門) 정법을 모은 ‘선림고경총서’ 37권 전권이 e-북 형태로 무료로 배포된다. ‘선림고경총서’는 성철 스님이 대중들을 위해 선(禪)을 이해하고 실천하는데 필요한 30여 종의 저서를 골라 번역한 책이다. 이 책은 백련선서간행위원회가 10여년 간 총 20억원을 투입해 지난 1993년에 완간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성철 스님의 수행과 사상을 조명하는 학술 세미나와 학술상 시상 등 다양한 추모행사가 마련된다. 성철 스님이 일생에 걸쳐 ‘돈오돈수(頓悟頓修, 단박에 깨쳐서 더이상 수행할 것이 없는 경지)’의 철학을 설파하며,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 이래 한국 불교 수행법의 주류로 이어져 온 ‘돈오점수’(頓悟漸修,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점진적인 수행이 필요) 철학을 반박한 바 있다.
우선 백련재단 부설 성철사상연구원은 동아시아 불교문화학회와 함께 내달 14일 ‘성철스님의 불교 인식과 현대적 적용’이라는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 김미숙 위덕대 교수의 사회로 박태원·신규탁·김광식 교수 등이 주제 발표자로 나선다.
이와 함께 한국 불교학 발전을 위해 매년 시상해 온 제6회 퇴옹학술상 시상식도 진행된다. 올해 수상자는 교리 부분에서는 논문 ‘마하빠자빠띠의 출가와 비구니교단의 성립’을 발표한 도민스님(동학사승가대학 교수사)과 응용 부분에서는 ‘현재 심사정 필 〈보납도(補納圖)〉 연구’ 논문을 쓴 신광희 연구교수(중앙승가대 불교학연구원)가 각각 선정됐다.
성철 스님이 머물렀던 해인사 백련암에서는 내달 28일 3000배 참회 법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후 다음 달 3일까지 나흘 간 4만8000배 참회법회를 이어간 후 추모 다례제로 행사를 마무리한다.
이밖에도 방송과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성철 스님의 추모 사업이 진행된다. BBS에서는 강경구 동의대 교수의 ‘선문정로 강좌’를, BTN에서는 성철 스님의 추모 다큐멘터리가 방송된다. 유튜브에서는 지난 1993년 성철 스님의 삶과 수행을 다룬 5부작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에서 그에 대해 이야기 한 저명 인사들의 인터뷰 영상이 업로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