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년 자테츠 ‘사츠’,

홉 재배지 사상 첫 등재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옥토버가 코앞이다. 역시, “위하여”는 맥주고, 맥주는 홉이다.

프라하 북서쪽 약 80㎞ 떨어진, 홉과 맥주의 도시 자테츠(Žatec)엔 14세기 이후 홉을 생산, 저장, 가공, 제주하는 농장-수공업 기지가 많다.

옥토버 코앞, 명품맥주 체코 홉, 세계유산 우뚝 [함영훈의 멋·맛·쉼]
홉 재배지로는 처음으로 세계유산에 된 자테츠는 중세거리와 홉밭 녹지가 조화를 이룬다.
옥토버 코앞, 명품맥주 체코 홉, 세계유산 우뚝 [함영훈의 멋·맛·쉼]
싱싱한 자테츠의 ‘사츠홉’
옥토버 코앞, 명품맥주 체코 홉, 세계유산 우뚝 [함영훈의 멋·맛·쉼]
“하늘 높이 오르자” 체코 자테츠의 튼실한 홉 줄기들.

인근 밭에서는 수천가닥의 홉 줄기들이 하늘을 향해 솟아나는 장면이 여름철 내내 멋진 위용을 자랑했다. ‘홉과 맥주의 사원’에는 42m 높이에서 마을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홉 등대’가 있다. 자테츠는 세계 최고 품질의 맥주 원료 홉을 생산하는 도시이다.

자테츠(Žatec) ‘사츠(Saaz) 홉’의 풍경이 홉 생산지로는 세계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한국의 가야고분군과 함께 리야드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결정이 났다.

옥토버 코앞, 명품맥주 체코 홉, 세계유산 우뚝 [함영훈의 멋·맛·쉼]
“지구촌 친구들 감사합니다!” 체코 자테츠 홉 농부의 인사

체코는 17개의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7건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한국은 16개의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22건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24일 체코관광청에 따르면, 자테츠는 체코의 전통적이면서도 대표적인 홉 재배 지역으로, 700여년의 전통을 갖고 있다.

전 세계 맥주 생산에 사용되는 홉 품종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꼽히는 사츠 홉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주변에 위치한 오흐르제(Ohře) 강 근처의 비옥한 홉 밭, 홉 건조 가마가 보존된 트르노바니(Trnovany) 등 홉 가공에 사용되었던 유서 깊은 건물과 마을도 세계유산에 함께 포함되었다.

옥토버 코앞, 명품맥주 체코 홉, 세계유산 우뚝 [함영훈의 멋·맛·쉼]
가을 자테츠의 황금 홉밭

이는 중세 후기부터 현재까지의 농업 산업 과정과 홉의 재배, 건조, 저장, 가공, 인증, 거래 등 사회 경제적 시스템의 진화를 함께 보여준다.

홉을 저장하고 가공하는 대규모 건물들은 창문이 많고 굴뚝을 높은 특징을 보이는데, 이 중세 토털 블루어리의 모습과 풍속이 잘 보존돼 있으며, 너른 홉 밭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전통적인 홉 생산지인 만큼 중세 시대부터 지금까지의 홉에 관한 역사와 문화를 전시하는 홉 박물관에서는 홉 재배와 관한 상식과 개척자들, 소장품 등을 만날 수 있다. 또 ‘사츠(Saaz)홉’, 즉 ‘자테츠키 체르베냐크’라는 현지 명품 홉으로 빚어낸 자테츠 맥주도 맛본다.

옥토버 코앞, 명품맥주 체코 홉, 세계유산 우뚝 [함영훈의 멋·맛·쉼]
한창 익어가는 ‘사츠홉’의 여름

프라하와 올로모우츠의 천문시계가 유명하지만, 자테츠의 독특한 홉 천문시계도 꼭 챙겨볼만 하다.

홉재배의 12개월과 12개의 별자리를 새겨넣고 중앙 부분에는 들판에서 자테츠 마을 사람들이 홉을 재배, 수확하는 모습, 맥주를 맛보는 모습 등을 표현해 놓았다.

특수한 메커니즘과 다이얼을 갖추어 시간과 태양의 위치를 알려주고 황도대 별자리나 행성의 위치, 지옥의 모습도 보여준다.

이곳에선 보헤미아 홉의 수호성인은 성 로렌스(St. Lawrence)의 족적도 어디서든 만나고, 16세기의 건물에 자리 잡은 몰트 하우스 갤러리, 양조장 레스토랑 등도 반긴다.

맥주의 주원료인 홉은 항산화제, 에센셜 오일, 탄닌 및 알파 산, 베타 산 같은 다양한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 홉 특유의 쌉쌀하고 풍부한 맛을 내는 것이 바로 산 성분이다.

양조에는 홉의 암꽃만 사용하고 홉 열매에서 추출한 노란색 가루 루풀린은 맥주를 만들 때 홉의 유용한 성분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지구촌 되고 명품으로 꼽히는 사츠(Saaz)홉은 전 세계 라거와 필스너 우스켈의 핵심 원료가 되고 있다.

옥토버 코앞, 명품맥주 체코 홉, 세계유산 우뚝 [함영훈의 멋·맛·쉼]
필스너 우르켈 양조장

최근 200개 가량 ‘솥 다른’ 수제맥주기 총집결한 홉 축제가 이곳에서 열렸다. 상설 투어 프로그램 중에는 크리스탈로 만든 거대한 홉과 연금술 작업장을 둘러보고 기념 스탬프를 남긴 후, 기사의 홀에서 자테츠 주변 역사에 대해서도 자세히 들어보는 기회가 들어있다.

주민들이 이처럼 전통을 계승하고 이를 행복축제로 승화시키며, 여행 온 지구촌 이웃과 공유하는 모습은 이번 유네스코 회의에서 극찬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