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약탈적 이익 카르텔이란 단어는 많은 연구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모두가 내가 카르텔의 일원일까 궁금해한다.”(김소영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정부가 내년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보다 약 10.9%를 삭감한 2조 1000억원을 편성하기로 결정하면서 일선 연구현장은 집단 패닉상태에 빠졌다.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19일(현지시간) ‘과학 투자 강국 한국, 예산 삭감 제안’이라는 타이틀의 특집기사에서 한국 정부의 과학기술 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많은 연구자가 우려하고 있다는 내용을 게재했다.
사이언스는 “이스라엘에 이어 한국은 국민총생산(GDP)의 4.9%를 R&D에 투자해 왔는데 이는 미국(2.9%)보다 높은 수치였다”며 “이는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연구개발(R&D)은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데 따라 이뤄진 조치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이언스는 윤 대통령이 ‘약탈적 이익 카르텔’ 집단에 대담하게 맞서라고 촉구하면서 이는 경쟁심사나 정부의 통제 없이 연구소, 중소기업, 일부 학계에 보조금을 주는 프로그램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송지준 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정부가 과학자들과 아무런 논의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예산을 삭감했다”며 “과학자들을 정말 화나게 만드는 것은 단지 예산을 삭감한다는 것이 아니라 논의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과학자들의 모임인 기초연구연합이 특히 기초과학 분야 예산 삭감은 신진 연구자들 양성에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사이언스는 전했다.
예를 들면 비전임연구자를 지원하던 창의도전사업의 신규지원이 중단되는데 이는 미래 연구인력 양성에 있어 심대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고 신진연구자들 중심으로 인력해외 유출의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에서 만연한 이공계 기피현상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는 사이언스의 분석이다.
이동헌 KAIST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과학 분야 직군이 다른 분야에 비해 덜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낮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라며 “KAIST를 포함한 5개 대학 학생들이 정부에 이번 예산 삭감을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사이언스는 한국 정부가 이번 예산 삭감분이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와 같은 글로벌 협력 강화에 활용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MIT를 찾아 보스턴의 생명공학 클러스터가 한국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바 있다.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는 세계 최고의 바이오공학분야 선두주자인 보스턴과 한국의 바이오의료 연구기관의 연계를 구축하기 위해 내년 605억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송 교수는 “거대한 생명공학 클러스터를 짧은 시간 안에 갑자기 만들 수는 없다”라면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고 사이언스는 전했다.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