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7689개사 대상 집계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이자 부담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차입 비용이 급증하면서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도 크게 높아졌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금융업을 제외한 글로벌 기업 7689개사에 대한 퀵(QUICK)·팩트세트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올해 4~6월 기업들의 유이자부채 잔액이 총 12조7581억달러(1경6929조9987억원)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8년 10~12월에 기록한 6조6000억달러에서 두 배나 증가한 것이다.
부채 증가와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 역시 크게 불었다. 보도에 따르면 같은 기간 이들 기업은 이자 비용으로만 총 1250억달러(165조8750억원)를 지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역대급 채무 부담을 지게 된 데에는 금융 위기 이후 저금리 환경이 오랫동안 지속된 영향이 크다. 특히나 팬데믹(대유행) 기간 많은 기업들은 경제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부채를 꾸준히 늘려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각국 중앙은행들이 급격히 긴축으로 방향을 틀자 막대한 이자 부담이 기업들을 짓누르기 시작한 것이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NR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의 채무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경제의 취약점이 가계가 아닌 기업으로 점차 집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기업 디폴트 위험도 증가하고 있다.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세계 디폴트 건수는 전년동기 대비 50% 증가한 48건으로, 분기 기준 지난 3년래 가장 많았다. 당장 지난 7월만해도 미국의 유리용기 제조사인 앵커 글라스 컨테이너와 브라질 아주르항공이 디폴트에 빠졌다. 7월 말 기준 최근 12개월간 디폴트율은 4%로 2021년 말 2%에서 크게 올랐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디폴트 위험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닛케이는 S&P 신용평가대상 기업들이 오는 2024~2026년 상환해야하는 자금이 총 7조3000억달러(9687조8300억원)에 달하며, 이 중 24%는 저신용평가 기업의 채무라고 지적했다. 실제 무디스는 최악의 경우 내년 중반께 디폴트율이 10~15%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타무라 토시오 히토츠바시대 교수는 “저금리 덕에 적은 이익만으로도 이자 지급을 감당해 온 ‘좀비 기업’들의 재무 악화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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