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뉴욕에서 일어난 대한항공 회항 사건은 날마다 일파만파로 커져만 간다. 사건의 시작은 조현아 KAL부사장이 땅콩 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않은(?) 승무원에 대한 적절치 않은 질책에서 시작되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그의 과격한 행동, 항로 변경, 증거인멸 시도, 공무집행 방해 등이 덧대어 지고 급기야는 검찰이 조현아 부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구속하려는 지경에 까지 왔다.

사건의 크기를 따지면 정말 ‘땅콩’같이 작은 것이다. 찻잔 속의 태풍쯤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쓰나미의 크기로 키운 것은 전적으로 헛발질이나 뒷북으로 일관한 홍보 대책의 실패로 보인다. 홍보는 기본적으로 이해를 구하는 일이다. 설득을 통해 태도 변화를 노리는 광고와는 달리 상대방에게 진실하고 진솔한 ‘나’를 보여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상대방을 내 편으로 끌어드리는 작업이 홍보이다. 따라서 홍보는 무엇보다 정직하고 솔직한 태도가 핵심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다루는 대한항공은 처음부터 너무 안일했던 것처럼 보인다. 어마어마하게 큰 사건을 숱하게 겪어 본 대한항공으로서는 ‘땅콩회항’이 하찮은 일이었는지 모른다. 저지를 수 있는 실수쯤으로 치부하고 며칠 지나면 된다는 식으로 사건을 규정하고 대처한 것이 아닌가 싶다. 무겁고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면 면피 수준의 사과나 구색 맞추기 같은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홍보 교과서에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하기 위한 10계명이 제시되어 있다. 대내적으로 CEO의 신속한 의사결정, 숨기지 말고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사건의 진위와 상관없이 책임감을 떠안기, 초기 단계부터 즉각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그리고 시뮬레이션을 통한 문제점을 도출하고 회사 입장을 공식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창구를 일원화하는 것 등이다.

대외적으로는 온 라인 오프라인을 망라한 미디어 채널 확보, 회사 내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 언론과 우호적인 관계 구축 및 유지, 사건수습 후 신뢰감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마지막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 등이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이 원칙을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고 호도하는데 급급했다. 변명 같은 성명서나 내고 마음이 실리지 않은 형식적인 사과나 하는 등 허둥대는 모습만 보이며 시간만 보내면서 사건을 키워 갔다. 안이하고 부실한 홍보의 결과이다.

그렇다면 왜 그대로 실행에 옮기지 않았을까? 오만함 때문이다. 비행기 불시착, 추락, 격추 등 수 많은 대형 사고를 경험했고 이를 극복했던 백전노장에겐 이번 사건이 ‘그저 부사장님의 실수쯤’으로 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고 냉정했다. 이를 소홀히 하고 자만심과 자신감으로 대처한 것이 화근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한항공은 물론 모든 기업이 홍보란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만 알린다는 피알(Public Relation)’이 아니라 진심을 담은 겸손한 소통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