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2014년 기업들은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항상 힘들고 어렵다고 하소연하는게 기업이지만, 지난해는 안으로는 세월호 사고와 내수침체, 밖으로는 엔저와 중국의 도전 등으로 대내외 환경 모두가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한국 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어닝쇼크’는 이런 현실을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분기 8조~10조원이 당연했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눈 깜짝할 새 4조원대까지 줄었다. 안으로는 이건희 회장의 부재, 밖으로는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의 역습이 만든 결과다. 조선업계 부동의 글로벌 1위 현대중공업의 조 단위 적자, 국내 최대 통신업체인 KT의 적자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동부그룹의 워크아웃 등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생각지도 못했던 ‘저유가’에 정유사들의 대규모 적자도 더해졌다. 지난 3분기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은 2013년 동기 대비 25%나 줄었다.
이런 어려움은 활발한 인수ㆍ합병(M&A)으로 이어졌다. 유니온스틸과 동국제강의 합병, 포스코특수강과 동부특수강의 새 주인 찾기 등으로 철강업계도 쉴 틈이 없었다. 해운 불황에 몸삻을 앓던 한진해운이 한진그룹과 다시 손 잡으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도 의미있는 행보였다. 하림도 STX팬오션 인수에 나서며, 세계적인 식량 회사로 도약을 준비했다. 살아남기 위해 군살을 빼고, 또 미래를 위해 약점을 보강하는 기업의 본능적인 움직임이다.
어려움 속에서 과감한 투자도 돋보였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글로벌 빅5’ 메이커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으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10조원에 매입하는 ‘통 큰 베팅’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2조원에 삼성의 화학계열사와 방위산업 업체를 인수했다. 전자와 금융에 집중이 필요한 삼성그룹, 그리고 주력 사업의 확대가 절실했던 한화그룹의 상생이라는 평가다.
SK와 삼성, LG그룹 등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전국 각 지역에 혁신센터를 완공, 대중소기업 그리고 지역사회와 상생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사관계 역시 순탄치 않았다. 파업이 연례행사이던 자동차 업체들은 2014년에도 노사 갈등 속에 적지 않은 생산 차질과 손실을 감내해야만 했으며, 현대중공업의 18년만에 파업 소식도 재계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연말 정규직 과보호와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한 정치권의 개입까지 더해지며 노사 관계는 2015년에도 큰 재계 이슈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2, 3세대 경영인들의 퇴진과 3, 4세대 오너의 등장도 뜨거웠다. 재계의 맞형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러운 와병에 서둘러 기업공개와 합병, 매각을 성사시키며 이재용 제제를 준비하고 있다. LG그룹과 한화그룹 등도 후계 그룹을 30대 임원으로 데뷔시켰다. 이 와중 연말에 불거진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갑질 논란’은 재계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오너십’과 ‘자질’, 그리고 ‘검증’ 등의 화두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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