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국적 항공사 공채 최종 합격자 발표가 나면 승무원 준비생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 익명 게시판이 시끌시끌해진다. ”나는 떨어졌는데 객관적으로 나보다 스펙이 좋지 않은 주변 사람은 붙어서 도대체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글이 많다. 그만큼 승무원 채용기준은 모호한 측면이 있다.

대부분 항공사들은 지원 자격기준으로 2년제 대학 이상 졸업장과 토익 기준 550점 이상의 어학 성적을 요구한다. 영어 외에 제2외국어 능통자는 우대한다. 승무원의 신장에 대한 기준은 162cm 이상을 요구하는 대한항공과 그 계열 저가항공사인 진에어 외 항공사들은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 요구 이후 폐지했다. 다만 팔을 뻗었을 때 200~214cm 높이의 기내 적재함을 여닫을 수 있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기준이 있는데 이는 신장 158cm 이상이면 웬만하면 충족한다.

문제는 이같은 기준이 변별력이 없다는 점이다. 승무원 아카데미 관계자는 “어학 능력과 신장은 최저 기준을 통과하는 지원자 끼리는 별 차이가 없다”고 귀띔한다. 그렇다면 승무원 채용에 합격하는 비결은 뭘까? 이 관계자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과 승무원이란 직업에 대해 갖는 프로 의식”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면접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서비스 정신과 프로 의식이란 단어에서 보듯 면접에서의 평가 기준 역시 모호하다는 점이다. 최근 벌어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에서 보듯 얼마나 회사에 절대 충성하고 고객의 어떤 요구에도 군말없이 서비스하는지 평가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짧은 면접 시간도 문제다. 한 준비생은 “최근 한 회사의 1차 면접은 10명의 응시생이 한번에 면접 장소에 들어가 5분만에 끝났다”며 “한 사람 당 30초 밖에 안되는 면접 시간을 봤을 때 결국은 외모를 본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전했다.

항공사들 역시 이같은 지적에 채용 문화 바꾸기에 나섰다. 아시아나 항공은 지난 10월 진행된 국제선 객실 승무원 채용 시 이력서에 증명사진을 첨부하지 않도록 했다. 외모로 채용 여부를 판단하지 않겠다는 의지인 동시에 사진 촬영과 미용에 드는 준비생들의 금전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다.

한편 대한항공은 올해 국제선 객실승무원 공채부터 반팔 블라우스, 무릎 스커트, 그리고 구두라는 3가지 원칙을 지킨다는 조건으로 지원생들의 면접 복장을 자율화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