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력설계·전동제어·회생제동 강화 비결

개발 연구원 3人…“노력과 특허 쏟았다”

“디자인 우선 결정, 전동화 완성도 최고”

19일 경기도 광주의 스튜디오에서 만난 손병관(왼쪽) 책임연구원과 김태헌 책임연구원, 신용수 책임연구원이 하얀색 EV9 차량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기아 제공]
19일 경기도 광주의 스튜디오에서 만난 손병관(왼쪽) 책임연구원과 김태헌 책임연구원, 신용수 책임연구원이 하얀색 EV9 차량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기아 제공]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기아 EV9은 ‘패밀리형 전기차(EV)’를 목표로 삼았다. 차량 디자인을 우선 결정하고, 성능을 향상시키는 작업이 이뤄졌다.

RV(레저용차량) 시장이 커지는 트렌드 속에서 ‘패밀리카’라는 정체성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성능도 장점이다. 큰 차체에도 1회 완충 기준 주행가능 거리는 501㎞에 달한다. 서울에서 대구를 왕복할 수 있을 정도다.

19일 경기도 광주에 있는 한 스튜디오에서 EV9 개발을 담당한 현대자동차그룹 연구개발본부 소속 책임연구원 3명에게 EV9 ‘전동화’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이들은 ‘에너지’와 ‘최적화’를 위한 끊임 없는 시험과 현대자동차그룹만의 독자적인 EV 특허기술을 강조했다.

인터뷰 자리에 참석한 이들은 신용수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 공력개발팀 책임연구원(공학박사), 손병관 전동화시스템설계팀 책임연구원, 김태헌 제동설계팀 책임연구원이었다.

신 책임연구원은 “새로운 도전이었다”면서 EV9 개발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디자인이 정해진 제한적인 상황에서 최적의 동력성능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공력은 ‘차와 공기의 마찰’을 다루는 분야다. EV의 전비와 속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다.

신 연구원과 팀원들은 머리를 맞댔다. 가장 효율적인 공력을 설계하기 위해서다. 타사 전기차의 모형을 분석하고, 디자이너들과 공력 관련 사례들을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컴퓨터시뮬레이션과 실제 모형을 활용한 테스트도 병행했다.

신용수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 책임연구원이 EV9의 공력을 설명하고 있다. [기아 제공]
신용수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 책임연구원이 EV9의 공력을 설명하고 있다. [기아 제공]
EV9 차량 하체 3D언더커버 사진. [기아 제공]
EV9 차량 하체 3D언더커버 사진. [기아 제공]

EV9에 처음으로 적용된 3D언더커버는 그렇게 탄생했다. 차량 바닥을 앞부분은 아래로 볼록하게, 뒷부분은 오목한 형태로 구현했다. EV9이 육중한 덩치에도 탁월한 전비를 낼 수 있도록 한 설계다.

신 책임연구원은 “주행 시 고속으로 회전하는 바퀴는 공기 저항을 크게 만드는 주요 저항체”라며 “3D 언더커버 형상을 통해 전후륜의 휠과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공기저항을 줄여냈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 E-GMP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것은 덤이다. 기존 E-GMP 언더커버에서 더 보완해야할 점들을 발굴할 수 있었다. 신 책임연구원은 “마찰을 줄일 부분은 사포로 문지르고, 늘릴 부분은 클레이(찰흙)로 덧칠하면서 테스트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며 “패밀리카라는 EV9의 비전을 지키면서도, 기아의 EV 기술력이 세계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손병관 책임연구원이 EV9 차량 운전석에 탑승해 설명하고 있다. [기아 제공]
손병관 책임연구원이 EV9 차량 운전석에 탑승해 설명하고 있다. [기아 제공]

전동화시스템 관련 부분은 손 책임연구원과 동료들이 담당했다. EV9에는 대용량을 자랑하는 99.8㎾h의 4세대 고전압 배터리가 들어가 있지만, 이를 더 효율적으로 쓸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됐다.

손 책임연구원은 “전력소모를 줄이기 위해 램프류와 워터펌프, 오일펌프, 냉각 시스템(모터·배터리 관련)에서 전비를 개선하려 신경 썼다”며 “크기가 크고 무게가 무거운 EV9의 많은 부하를 고려해 편의기능이 전력을 쓰는 방식을 달리해야 했다”고 했다.

EV9에 탑재된 ‘저전력 열선’은 여기서 얻은 결과물이다. 기존 열선 대비 1열 시트 기준 시간당 약 20~25W의 전력을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 손 책임연구원은 “전사적으로 소모전력 저감을 위해 고민했다”며 “결과적으로 EV9의 전비 향상에 기여할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김태헌 책임연구원이 차량 앞바퀴에 장착된 회생제동 장치를 설명하고 있다. [기아 제공]
김태헌 책임연구원이 차량 앞바퀴에 장착된 회생제동 장치를 설명하고 있다. [기아 제공]

김 책임연구원은 동료들과 EV9의 ‘회생제동’ 기능 강화에 매진했다. 특히 ‘고감속 영역(급정거)’의 회생제동 성능 개선에 주목했다. 회생제동은 차량을 구동하는 데 쓰인 전기를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회생제동으로 흡수되는 에너지가 가장 적은 고감속 영역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앞서 개발한 여러가지 특허 기술이 들어갔다.

김 책임연구원은 “ABS가 작동할 정도로 빠른 감속 시에도 효과적으로 전기를 재활용하는 수준까지 성능을 높일 수 있었다”면서 “여러 노면 조건에 따라 테스트도 마쳐서, 다양한 환경에서 회생제동을 최대로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준비는 끝났다. EV9은 오는 31일 국내 소비자들에게 처음 선보인다. 세 연구원은 이제 소비자들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800V 고전압 시스템에서 10%에서 80%까지 차량을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불과 24분. 전장 5010㎜, 전고 1755㎜에서 나오는 넓직한 실내공간은 발군이다. 좁은 공간을 위한 주차보조 기능·진화한 자율주행기술 등 다양한 편의기능은 차량에 매력을 더한다.

김 책임연구원은 “특허 하나, 기술 하나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의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면서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편안한 운전이 가능하도록 진짜 열심히 준비했다”고 EV9의 상품성을 자신했다.

19일 경기도 광주의 스튜디오에 전시된 EV9. [기아 제공]
19일 경기도 광주의 스튜디오에 전시된 EV9. [기아 제공]
EV9 자료사진. [기아 제공]
EV9 자료사진. [기아 제공]
EV9 자료사진 [기아 제공]
EV9 자료사진 [기아 제공]

zzz@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