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영 시원치가 않다. 먼산만 보고 있다 엉겁결에 달려갔다는 느낌이다. 등떠밀려 하다보니 원칙은 사라졌고 변명만 남았다. 처리가 아마추어 수준이다. ‘땅콩회항’사건을 조사한 국토교통부 이야기다. 국토부는 16일, “엄정조치”, “특단의 개선” 등 화려한 수사로 조현아 전 대한항공 전 부사장, 대한항공에 대한 조사를 일단락했다.

‘땅콩회항’사건은 ‘승객’ 한 명이 고성과 폭언으로 활주로로 향하던 비행기를 회항시킨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이를 두고 국토부는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개 ‘승객’이 다름 아닌 대한항공 오너의 ‘딸’이기 때문이다. 사건이 터진 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한 처리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는 생각보다 빨리 처리될 수 있으나 항공법 위반 여부 등 법리적 검토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국토부가 고민을 하는 동안 여론은 무섭게 들끓었다. 새로운 사실들이 연일 언론에서 보도됐고, 잇따른 외신의 보도로 ‘땅콩회항’사건은 국제적 망신거리가 됐다. 국토부는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에 등 떠밀려 몰아치다 보니 원칙은 흔들렸다. 국토부의 항공안전조사관 16명중 14명이 대한항공 출신, 이번 조사에 나선 조사관 6명 중 2명이 대한항공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사무장을 19분 동안 대한항공 임원과 함께 조사를 한 사실도 알려졌으며 국토부는 그런일이 없었다며 해명을 하기도 했다. 피해 사무장은 조사를 믿을 수 없다며, 국토부가 아닌 언론에 “폭행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를 두고 국토부는 “폭행이 없었다”라는 처음 진술과 달라졌다며 ‘사무장이 항공법을 위반했다’는 ‘법리적 검토’를 했다. 이는 대한항공에 대한 처분 방침의 근거가 됐다.

이제 비난의 화살은 대한항공에서 국토부로 확대됐다. 국토부는 조 전부사장, 대한항공에 대한 ‘조속한’, ‘특단의’ 조치와 같이 내부 조사 프로세스 개선에도 획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조 전부사장과, 대한항공 못지 않게 국토부 역시 글로벌한 망신거리가 되지 않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