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사랑의 도시락을 배달해 드립니다”

[헤럴드 용산·동작=권지나 기자]12월의 첫 눈이 내린 지난 1일. 시립용산노인종합복지관의 아침은 조금 일찍 시작된다. 복지관은 8시 반만 되면 지팡이를 짚으신 어르신들이 속속들이 안으로 들어선다.

▲ 도시락을 배달하러 온 홍부자씨가 김 씨의 집을 방문해 문을 두드리고 있다.
▲ 도시락을 배달하러 온 홍부자씨가 김 씨의 집을 방문해 문을 두드리고 있다.

로비는 어느새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복지관을 찾으신 어르신들로 시끌벅적하다. 로비에 마련된 20여개에 남짓한 의자는 어르신들로 금새 차버리고 로비는 이내 정겨운 인사소리로 활기가 넘친다.시립용산노인종합복지관은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인근에 위치한 노인종합시설이다. 시설은 지난 2002년 4월에 설립돼 사회복지법인 온누리복지재단이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무의탁 재가 어르신들의 자립자활을 돕고 지역 주민과 연대를 통해 각종 노인문제를 예방·해결하는 등 어르신들의 노후생활을 돕고 있다. 또 복지관은 개인적으로 봉사의 뜻을 갖고 찾아오는 봉사자,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살려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 하고자 하는 어르신 봉사자, 사회 공헌 활동에 참여하는 기업 봉사팀, 청소년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봉사활동 팀 등 다양한 자원봉사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특히 복지관 내 어르신들로 구성된 ‘행복나눔단’은 복지관의 소식에 가장 정통하기 때문에 복지관 시설 안팎으로도 가장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복지관에는 총 201명의 봉사자가 있다. 개인적으로 하시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총 230명가량 된다.기자는 첫 눈이 내린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복지관의 행복나눔 봉사자들과 함께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 ‘사랑의 도시락’을 배달해 드립니다 - 가정봉사원 홍부자 씨월요일 오전 9시부터는 가정봉사원의 봉사가 시작된다. 이들은 기초생활이 어려운 독거노인들 대상으로 도시락 배달하고, 가정방문 통해 어르신들의 안부를 확인한다. 기자는 일주일에 2번씩 한남2동으로 도시락 배달을 하고 있는 홍부자(71)씨와 함께 도시락 배달에 함께했다.

도시락은 고정적으로 지정된 한 집에 배달되며, 홍 씨는 지난 10월부터 일주일에 두 번씩 도시락 배달을 시작했다.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 지난 1일 오전 9시 복지관을 나선 홍씨는 발걸음은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활기찼다. 30분이 넘는 거리를 항상 걸어서 이동하신다는 홍 씨는 버스로 이동할 거리를 “항상 걸어서 배달한다”며 펑펑 내리는 눈 속에서도 빠른 발걸음으로 목적지를 향했다.홍 씨가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지는 4년이 조금 넘었다. “항상 남에게 도움 주는 것을 좋아한다”는 홍 씨는 “마음에서 우러나 긍정적인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처음 한 봉사활동은 장애우가 있는 집에서 밥도 하고, 청소도 해주는 등 불편한 점을 돕는 봉사활동이었다고. “밥도 떠 먹여주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배운 것이 더 많았다”는 홍씨의 미소에는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도시락이 배달된 곳은 한남2동에 위치한 빌라의 옥상 다락방으로, 이곳에는 기초생활수급자인 김자*(74)씨와 그의 아들이 함께 살고 있다. 김 씨는 현재 다리가 불편해 집 밖의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우연히 복지관 의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알게 돼 신청하게 됐다. 그날 김 씨의 집으로 배달된 반찬은 3일분의 깻잎장아찌와 조기구이, 김치.김 씨는 평소 바깥출입을 잘하지 않는데다 집에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데, 일주일에 두 번씩 집으로 배달되는 도시락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고 전했다.이 날 김 씨의 집을 방문한 홍 씨는 차를 마시며 날씨, 종교, 근황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 씨는 시간이 갈수록 눈발이 거세지자 옥상계단을 통해 1층으로 힘겹게 내려갈 홍 씨를 걱정하며 발길을 재촉했다. 김 씨의 건강 상태를 면밀히 살핀 홍 씨는 집을 나선 후 복지관을 다시 방문해 김 씨의 안부를 전달했다. 이름만큼 마음도 부자인 홍씨는 “도움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직접 걸어가 일주일에 두 번이 아니라 세 번이라도 하고 싶다”며 봉사활동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복지관 내 홍보담당’ - 금란지교 김군자(82)씨복지관에는 복지관이 진행하는 사업을 알리고 참여자를 모집하는 ‘금란지교’ 팀이 있다. 이 달에는 7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쳐 ‘분노조절장애 공개강좌’가 열리는데 분노조절장애에 대해 테스트를 한 후 진행될 예정이다. ‘금란지교’팀은 총 4분의 어르신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오전, 오후 조를 나눠 휴게실, 로비, 엘리베이터 등 복지관 곳곳을 돌아다니며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또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그 자리에서 참가 신청 접수를 받는다. 이름, 회원번호, 연락처 등을 직접 받으러 다녀 여간 수고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날 금란지교 팀의 봉사는 김군자(82)씨와 함께했다. 김 씨는 로비부터 휴게실, 엘리베이터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분노조절장애 공개강좌’에 대한 설명을 하고 참가 신청 접수를 받았다. 일부 어르신들은 설명을 꺼내기도 전에 안한다고 손사래를 치기도 하고, 복지관 회원번호, 연락처 등을 기재해 꺼려하는 분들이 많아 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김 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분들을 찾아 프로그램 설명에 관한 홍보를 이어갔다.

이날 참가 신청을 한 김건수 씨는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동기에 대해 “홧병도 고치고 좋은 기회인 것 같다”며 “마음의 건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화가 날 일은 많이 없지만 그럴 일도 생길 것이기 때문에 미리 예방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 복지관 내 탁구반에서 반장을 맡고 있는 김형식 씨는 “내 마음의 상태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 체크해 보고 싶다”며 강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로비, 휴게실, 엘리베이터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한 시간가량 프로그램 홍보를 마친 김 씨는 “힘들지 않으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김 씨는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듣지도 않고 거절하는 사람을 보면 기분이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거절해도 괜찮다”, “이해한다”고 말했다. 또 “힘닿는 데까지 봉사를 하고 싶다”며 “도움의 손길이 닿는 곳에는 어디든 가고 싶다”고 말한 김 씨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쳐났다.


areayo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