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70% 반대하는 연금 개혁 강행

하원 표결 건너뛰는 모습에 ‘제왕적’, ‘단두대’ 비판

NYT “찰스3세 방문 취소는 국민 두려워한다는 것”

24일(현지시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실은 대규모 파업과 시위 속에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국빈 방문이 연기됐다고 밝혔다. [로이터]
24일(현지시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실은 대규모 파업과 시위 속에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국빈 방문이 연기됐다고 밝혔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많은 프랑스인들이 마크롱 대통령이 ‘선 넘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오전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프랑스 방문 일정이 연기된 것은 불가피한 수순이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격분한 프랑스 민심의 정도로 보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영국 국왕과 베르사유 궁전에서 식사를 했다간 과거 ‘프랑스 혁명’에 가까운 사태가 벌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를 열고 정부가 의회 표결 절차를 건너뛰는 프랑스 헌법 49조 3항을 이용해 연금개혁을 강행했다. 또, 이어지는 시위와 파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2일엔 대국민 연설을 통해 “연말까지 연금개혁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이 민심을 더욱 성나게 했다.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프랑스 국민들은 정년이 62세에서 64세로 상향 조정된 것 자체를 반대했는데, 하원 투표를 무력화시키는 등 마크롱 대통령의 제왕적 태도에 시위가 더욱 폭력적으로 바뀌게 됐다고 NYT는 분석했다.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포스쉬르메르에 있는 석유 저장고에 불이 붙은 드럼통이 굴러다니고 있다.[AP]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포스쉬르메르에 있는 석유 저장고에 불이 붙은 드럼통이 굴러다니고 있다.[AP]

NYT는 또 파리의 건물 벽들에 과격한 그래피티가 넘쳐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 중엔 “당신(국민)이 나(마크롱 대통령)을 뽑았다. 내가 결정할테니 당신은 닥쳐라”라는 낙서도 있는데, 이는 마크롱 대통령을 국민을 무시하는 독재자로 보는 시각이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또 다른 그래피티는 “찰스3세, 단두대를 아는가?”로, 1789년 왕과 왕비의 단두대 처형과 3년 후 왕정 폐지로 이어진 민중 봉기를 상기시키며 영국 왕실 방문이 시기적으로 잘못됐음을 에둘러 비난했다.

물론 마크롱 대통령도 자신의 인기가 떨어질 것이 뻔한 연금 개혁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밀어 붙이는 것은 아니다. 그는 TV인터뷰 등에 출연, 프랑스 연금 제도의 존속을 위해 엄숙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하며, 미래세대가 앞으로 더 늘어날 은퇴자들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해왔다.

찰스 3세 국왕(오른쪽)과 카밀라 왕비[AFP]
찰스 3세 국왕(오른쪽)과 카밀라 왕비[AFP]

그러나 프랑스의 많은 국민들이 마크롱 대통령의 경제 교훈에 귀를 기울이기에는 너무 화가 나 있는 상태다.

일부 시위대는 식당, 슈퍼마켓, 은행 등에 돌을 던져 창문을 깨고, 심지어는 경찰서에도 불을 붙이는 등 폭력적으로 돌변했다. 경찰은 최루가스를 뿌려 이들을 해산시키는 중이다.

마크롱 대통령도 화해의 제스처를 취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한동안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작가이자 정치 평론가인 필립 라브로는 NYT에 찰스 3세 국왕의 방문이 막판에 취소된 것은 “권력의 중심(마크롱)이 이제 (민심을)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th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