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되요?” “되진 않는데 숨이 차” “겨우내 시래기 끓여먹겠네 고맙소 고마워” “고맙긴 뭐이 고마워 내 일인데” “내 일이래도 고마워요”. 할아버지와 겨우내 먹을 무를 갈무리하고 무청도 처마밑에 걸어놓으며 할머니는 고맙다고 말한다. 할아버지는 당연히 자신이 할 일인데 무슨 소리냐 하지만 할머니는 그래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2011년 KBS 1TV ‘인간극장-백발의 연인’에 출연해 노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전했던 98세 ‘유머감성’ 조병만 할어버지와 89세 ‘소녀감성’ 강계열 할머니의 사랑과 이별을 그린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대한민국을 울리고 있다. 어찌보면 특별할 것 없는 노부부의 일상이 왜 그토록 아름답고 재미나고 눈물짓게 하는 것일까. 거기엔 우리가 잃어버린 순한 것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노부부는 서로에 대해 고마워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예쁘다는 말도 스스럼없이 자주 한다. 무엇보다 말이 자연스럽고 곱다. 단풍구경을 가기 위해 단장한 할아버지 저고리 깃을 여며주며 할머니는 연신 멋있다고 말한다. “할아버지 오늘은 참 멋있어요” “예” “그전보다 더 멋있네요” “그 전보다?” “아주 희한하네” “그게 어찌 그럴까?” 장난치길 좋아하는 할아버지가 냇가에서 빨래하는 할머니에게 돌을 퐁당 던지면 할머니는 깔깔댄다. 서로 머리를 곱게 빗겨주다 할아버지는 장난이 동해 할머니 머리를 헝클인다. 노부부의 사랑의 비밀이 서로 예쁘고 멋있다고 추켜세워주는데 있는 듯 하지만 찬찬히 보면 좀 다르다. 실은 상대방이 하고 싶은 걸 받아주는 데 있어 보인다. 잠결에도 할머니 얼굴을 매만지고 머리를 쓰다듬는 할아버지의 별난 버릇 때문에 할머니는 잠을 못자고 귀찮지만 이내 내버려둔다. ‘님아, 그 강을~’이 관객 100만명을 넘어섰다. 사랑의 힘이다.
이윤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