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지검-병무청 병역비리 수사
브로커 2명·뇌전증 위장 108명 등
137명 기소...종합대책 마련 박차
지난해 12월 출범한 서울남부지검-병무청 병역 비리 합동수사팀이 3개월 동안의 수사 끝에 총 137명을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병무청은 뇌전증 위장 등 신종 병역 면탈 수법 원천 차단을 위해 종합 대책도 마련했다. 13일 합동수사팀은 뇌전증을 병역 면탈에 악용한 브로커 구모(46)씨, 김모(37)씨와 병역 면탈자 49명 및 공범 등 총 60명을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브로커들은 지난 2019년 9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돈을 받고 뇌전증 위장 시나리오를 제공, 총 108명의 병역의무자의 병역 면제 또는 감면을 조장했다.
뇌전증은 이른바 간질로 불리는 질환이다. 객관적 질병 판정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1~2년 장기간에 걸쳐 뇌전증을 꾸며냈다. 브로커는 1, 2차 병원부터 3차 대형병원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게 진료기록을 관리했다. 뇌파검사에서 뇌전증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으면 신체검사일 기준 1~2년 이상 치료 내역이 있어야 보충역·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면탈자는 발작 증상을 연기해 병원에서 진단 받고, 최종 신체 검사 직전 뇌전증 약물을 복용해 병역을 기피했다.
이날 합동수사팀은 사회복무요원 복무 기간 중 141일 동안 무단 이탈한 래퍼 나플라(31·최석배)와 관련자 7명도 병역법, 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했다. 서울지방병무청, 서울서초구청 등 관계 공무원 5명은 나플라가 출근한 것처럼 복무 일지를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 12월부터 두차례 기소된 이들까지 포함하면 총 137명이 병역 비리로 법원에 넘겨졌다. 수사팀은 브로커가 수취한 범죄수익 16억 147만원에 대한 추징보전도 마쳤다.
병무청은 이번 합동수사 결과를 토대로 병역 면탈 방지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신체등급 판정 기준 구체화 ▷병역 면탈 추적·예방 시스템 구축 ▷병역 면탈 범죄 단속 ▷상담·교육 등 4대 분야다.
우선 ‘뇌전증’ 확인 절차를 강화한다. 병무청은 대한뇌전증학회 등과 협업해 발병 시기, 빈도, 약물 치료 통한 조절 가능 여부 등을 신체검사 판정 기준에 포함시킨다. 장기간 약물 복용 여부 확인을 위해 혈액 약물 농도 검사도 추가한다. 기존에는 소변검사로 복용 유무만 판별했다. 또 4~6급 판정이 이상 증가한 질환을 중점관리대상질환으로 추가 선정할 예정이다. 현재는 34개가 지정돼있다.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오는 2024년까지 병역 면탈 통합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한다. 올해 이행 단계, 질병, 의사, 지역별 이상 징후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2024년 4~6급 판정자 중 면탈 의심자를 잡아낼 계획이다. 연예인과 운동선수 병적 관리도 강화한다. 이번 병역 비리 수사 과정에서 배구 선수 조재성, 가수 라비(30·김원식)을 포함한 유명인도 다수 적발됐기 때문이다. 4~6급 처분을 받은 연예인, 체육선수 등에 대해 의사와 법조인이 참여해 이행 과정을 검증하고 병원 치료, 취업 등 이력을 추적 관리할 예정이다.
아울러 병무청 특별사법경찰 직무 범위도 확대한다. 온라인 등에 병역 면탈 조장 정보를 올리거나, 병역 기피·감면 목적으로 도망한 이들도 수사할 수 있도록 병역법과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을 추진한다. 기존에는 병역기피·감면을 목적으로 한 신체 손상, 속임수 단속으로 한정됐다. 병무청은 네이버 지식인, 병역진로설계지원센터, 챗봇 등 맞춤형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병역 관련 정보를 찾는 국민들이 불법을 유도하는 브로커 꾀임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박지영 기자
park.jiyeo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