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악재만 쌓여가던 한일 관계에 모처럼 호재가 나타나고 있다. 한일 수교 50주년인 내년에 본격적인 관계 정상화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관방 부장관은 지난 11일 “한ㆍ일 양국정부는 현재 양국관계를 둘러싼 상황을 개선하고 긍정적인 전망을 얻고자 다양한 수준에서 여러 과제에 관해 논의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미국은 한일 관계 개선을 내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한 반응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한ㆍ중ㆍ일 정상회담 개최를 제의한 것이나 양국 간 위안부 국장급 협의가 이어지는 데 대한 설명으로 보인다.
미국이 한ㆍ일관계를 적극 중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데 대해 일본 정부가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향후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흠집내려는 움직임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한ㆍ일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한 초기, 일본 내 한류를 위축시키고 양국 국민의 갈등을 악화시키는 역할을 한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혐오 발언·시위)에 대한 법적 제재도 가해지고 있다. 10일 최고재판소는 ‘혐한’(嫌韓) 시위를 벌인 ‘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가 약 1200만 엔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세코 부장관은 “‘헤이트 스피치’에 대해 민사적인 구제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일본 법무성 역시 헤이트 스피치를 근절하기 위해 홍보 및 교육활동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법무성 인권옹호국이 ‘헤이트스피치, 용납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홈페이지 배너를 통해 발표한 대책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신문 광고와 포스터 및 전단지, 역 구내 광고,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혐오시위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제고를 꾀하고, 인권교실, 상담창구 등을 충실하게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일본 경찰청은 지난 3일 발간한 2014년판 ‘치안의 회고와 전망’에서 재특회를 “극단적인 민족주의ㆍ배외주의적 주장에 기초해 활동하는 우파계 시민 단체”로 규정했다.
물론 이같은 움직임이 본격적인 양국 관계 정상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법적 책임 인정과 배상 등 굵직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한 외교 전문가는 “아베 신조 총리가 14일 치러지는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이후 한일 관계에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향후 양국 관계의 방향을 정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도 요구할 것은 요구하되 협력을 복원하겠다는 의지는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