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결과 외부서 18명 지원
옛 새누리당 출신 의원들 ‘눈길’
AI·로봇 등 ICT 전문가 안 보여
정치권 낙하산 논란 재점화 우려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KT 차기 대표이사를 뽑기 위한 공개 모집에 과거 정부에 몸 담았던 이른바 ‘올드보이’와 정치인들이 대거 몰려 벌써부터 전문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해 로봇, 콘텐츠 사업 등을 육성하며 ‘탈(脫)통신’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 통신업계의 흐름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KT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전날 오후까지 진행한 대표이사 공모에 총 18명이 지원했다. 권은희 전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여당 정치인들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이를 두고 KT가 최근 주력하고 있는 AI·로봇·콘텐츠 등 비통신 사업 이해도는 물론 ICT 기업 경영인으로서 전문성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정치권 개입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진행한 공모에 정치권 인사들이 다수 지원하면서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과거 산업자원부나 외교통상부 등 미래 ICT 먹거리 육성과는 거리가 먼 행정부 출신 인사들이 포함된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원 출신인 권은희 전 의원은 KT와 KT하이텔 상무, KT네트웍스 전무 등을 지내 KT 사정에 밝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지난 19대 총선 당시 여성 과학기술인사로 정치권에 영입된 이후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했으며 작년 4월엔 국민의힘 용인시장 예비후보로 이름을 올려 정치권 인사로 분류된다.
한미 FTA 협상가로 이름을 알린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도 2012년 서울 강남을에서 당선돼 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현재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 중이며 임기는 오는 3월까지다.
윤진식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경제수석비서관과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19대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지냈다.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에서 경제고문으로도 활동했다. 그러나 1946년생으로 외부 지원자 중 최고령이다.
윤종록 전 차관 역시 2009년까지 KT에서 30년간 재직하며 부사장 등을 역임한 뒤 2013년부터 2년간 박근혜 정부 초대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을 지냈다. 20대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지낸 김성태 전 한국정보화진흥원 원장도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 대통령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밖에 채널A 앵커 출신인 박종진 IHQ 부회장과 홍성란 산업은행 윤리준법부 자금세탁방지 전문위원도 후보에 지원했으나 역시 IT·통신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종진 부회장은 지난 2018년 서울 송파을 보궐선거와 2020년 인천 서구을 총선에 각각 바른미래당,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앞서 KT는 대표이사 지원자격으로 ▷경영·경제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경력 ▷기업경영 경험 ▷최고 경영자로서 자질과 능력 ▷정보통신분야의 전문 지식과 경험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정작 정치권 경력을 앞세운 지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자질 논란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 사장 인선 때마다 나왔던 낙하산 논란이 또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번 지원자들의 경력이나 나이를 볼 때 최신 ICT 기술 트렌드를 이끌 인물인지도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KT 지배구조위원회는 규정에 따라 회사 또는 계열사 재직 2년 이상이면서 부사장 이상인 구현모 현 대표이사를 비롯해 16명을 사내 후보자로 올렸다. 후보자는 총 34명이다.
지배구조위원회는 객관성과 공정성 강화를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을 구성했다. KT는 공정한 심사를 위해 인선자문단의 명단은 오는 28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인선자문단은 다음주까지 사내외 후보들을 검증한 뒤 후보군을 압축할 계획이다. 지배구조위원회는 사외 후보자의 경우 인선자문단의 1·2차 압축 결과를 반영해 면접대상자를 선정한다. 사내 후보자는 인선자문단의 1차 압축 결과를 활용해 면접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KT는 오는 28일 면접 대상자들을 발표하고, 다음달 7일 면접 심사를 거쳐 최종 대표이사 후보 1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joz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