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재 위주 수출산업 구조로 특히 타격 커

법인세 인하·세액공제 확대 국내투자 확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우리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수출이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위축에다 에너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무역수지 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관련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러-우크라 전쟁으로 미·유럽연합(EU)과 중국·러시아 진영의 신(新)냉전이 심화하며 글로벌 공급망에도 큰 변화가 몰아치고 있어 우리 수출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0일까지 41일간 누적된 무역수지 적자는 176억22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무역적자 규모가 126억8900만달러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한 후 50억달러 가량이 이달들어 10일 사이에 더 늘어난 것이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무역적자 규모(475억달러)의 37%에 해당하는 적자를 42일간에 기록한 셈이다.

무역수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다음달인 작년 3월부터 11개월 연속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11개월 연속 무역적자는 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이는 수출의 양대 축인 반도체와 중국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러-우크라 전쟁 여파 등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에너지원 수입액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1~10일 3대 에너지원인 원유(34억5100만달러), 가스(23억1300만달러), 석탄(8억7200만달러)의 합계 수입액은 66억3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1억6400만달러)보다 59.4% 증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에 따른 수출 부진 이외도 우리나라의 수출 산업기반이 세계 흐름에 맞게 개선되지 못한 것도 부진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 제품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2019년 2%대로 하락한 뒤 지난해까지 3% 선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협에 따르면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018년 3.05%에서 2019년 2.85%로 떨어진 뒤 2020년 2.90%, 2021년 2.89%를 기록하며 3%대로 회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점유율은 전년 대비 0.06%포인트 더 하락한 2.83%였다. 주요 국가의 지난해 4분기 수출 증가율을 보면 한국은 전년 동기 대비 9.9% 감소해 중국(-6.9%), 일본(-4.6%), 독일(-1.9%) 등에 비해 하락 폭이 컸다.

무협은 우리나라가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등 중간재 위주 수출산업 구조를 갖추고 있어 글로벌 경기 악화의 타격을 크게 입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는 올해 1월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달보다 44.5% 줄면서 총수출 감소액의 절반(52.4%)을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액 감소 폭은 주요 수출국 중에서도 가장 컸다. 지난해 11월 기준 반도체 수출 감소율은 일본 10.2%, 대만 3.9%로 한국(36.5%)보다 낮았다.

따라서 수출 확대를 위해 정부와 국회의 지원 필요성도 강조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인세 인하, 세액공제 감면 등으로 기업 활동을 지원하고, 국내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세계 각국은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한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은 전기차 공장 투자금액의 최대 30%를 세액공제해주고, 유럽연합(EU)은 역내 생산 원자재를 쓴 전기차에만 보조금 등 혜택을 준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