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부터 기업어음(CP) 발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지만 CP 시장은 여전히 건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양사태의 주범이었던 만기 1년 미만 CP 발행 규모가 지난 연말 200조원에 육박하면서 오히려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CP시장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규제에도 CP 시장은 매달 급증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5월 6일 발행 CP부터 만기가 1년 이상이거나 특정금전신탁에 편입돼 50인 이상에게 판매되는 CP에 대해서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당초 전문가들은 정부 규제로 1년 이상 CP 시장은 점차 축소되고 1년 미만 CP 시장은 전자단기사채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1년 이상 CP 발행이 줄어드는 듯 하다가 다시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만기 1년 이상 CP는 작년 5월 1조3100억원 가량 발행됐다가 6월에는 정부 규제의 영향인지 1건의 CP 발행도 없었다. 7~8월에도 각각 4700억원, 1400억원만 발행돼 정부 규제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듯 보였다.
하지만 9월부터 1년 이상 CP가 1조원 이상 발행되면서 다시 회복됐다. 시장에서 발행된 1년 이상 CP는 9월 1조5900억원, 10월 1조600억원, 11월1조6740억원 등이었다. 다만 12월에는 발행 건수가 ‘제로(0)’였다.
만기가 1년 미만인 CP 시장은 전단채로 대체되기는 커녕 오히려 팽창하는 모습이었다. 만기가 1년 이상인 CP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 규제가 강화되자 규제를 피하려고 1년 미만 단기물로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5월 32조원에 불과했던 1년 미만 CP 시장은 6월 55조원, 7월 83조원 등으로 급증하다가 8월에는 106조원으로 100조원을 처음 돌파했다. 이어 9월 128조원, 10월 152조원, 11월 174조원, 12월 193조원 등으로 계속 확대됐다. 연말에는 규제 직후인 5월보다 그 규모가 6배가량 커진 것이다.
동양 사태의 주범이 됐던 만기 1년 미만의 B등급 이하 CP도 증가세가 여전했다. 5월 당시 7010억원이었던 시장 규모는 동양 사태의 영향으로 7월 8644억원, 7월 1조1202억원, 8월 1조3664억원, 9월 1조6410억원 등으로 급증세를 보였다. 동양사태가 본격화된 10월에는 동양그룹 발행분이 없어지면서 703억원으로 급감했지만 11월 1조1244억원으로 1조원대를 회복한 후 12월 1조2636억원으로 다시 증가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무분별한 발행에 제동을 걸었는데도 CP 시장이 건재한 것은 기업들이 이사회 결의없이 적은 수수료로 발행할 수 있는 CP를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CP 시장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통해 정책 방향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신용정보법 등 관련 법률에 의해 제공되기 어려운 CP 정보를 통합 관리ㆍ공시하는 방안을 구축해야 한다”며 “기업의 신용등급 변동 시 기존에 발행한 CP 투자자에게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중장기적으로 전자단기사채와 CP, 회사채 등 기업의 시장조달 수단 간에 나타날 수 있는 실익(규제 차익)을 전면적으로 검토해 관련 정책 방향을 명확히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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