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등장 대관담당자의 세계
최근 ‘정윤회 문건’ 관련으로 사람들 사이에 주요 이슈가 된 대관(對官). 한자 그대로 관(官), 즉 국회, 관공서 등을 상대하는 기업 내 조직이다. 기업 경영에 영향을 주는 정책 변화를 사전에 감지하고, 정책 결정 기관에 미리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유리한 쪽으로 유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부 부처나 국회는 물론 검찰, 경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과도 끊임없이 접촉하고 소통한다. 로비와 정보 수집이 대관 조직의 주요 업무다.
주요 그룹들은 부사장이나 전무를 팀장으로 하는 대관 조직을 수십명씩 가동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별로 순수 대관 담당자는 20~30명이지만, 주요 이슈가 발생할 경우 홍보, 구매, 재무, 영업. 기획 등 전방위적으로 대관 활동을 펼친다”며 “계열사나 지방 사업장 단위에서도 대관 활동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대관 조직을 대관팀이라고 부르는 기업은 거의 없다. 보통 CR(CRㆍCorporate Relation)팀이 대관 담당 조직을 아우르는 호칭이지만 기획팀, 지속가능경영팀, 정책팀, 공정거래팀 등의 모호한 호칭으로 외부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그룹 조직은 주로 지배구조, 독점 규제 등을 관장하는 공정거래위원회나 사정기관을, 계열사는 국회, 부처 등 공공기관을, 지방 사업장은 광역ㆍ기초자치단체와 지방 사정기관을 각각 챙기는 경우가 많다.
업종에 따라 대관의 비중은 차이가 난다. IT(정보기술)ㆍ정유ㆍ항공ㆍ유통 등 내수나 규제 산업의 경우 대관에 꼼꼼하게 신경쓴다. 반면 전자ㆍ조선ㆍ광고ㆍ화학 등 부처나 사정기관과 부딪히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적은 산업은 대관의 비중이 낮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업종 특성 상 사업과 직접 영향을 주는 정책이나 규제를 도입하는 경제 관련 부처 위주로 활동한다”고 설명했다.
업종에 따라 대관 방식이 공세적일 수도 있고 수세적일 수도 있다. 자동차 업계의 경우 국토교통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상대하며 규제, 환경, 노동 등의 이슈에 대응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연비, 저탄소협력금 등이 대관의 큰 이슈가 됐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 규제에 민감한 정유의 경우 수세적일 수 밖에 없다. 국정감사 때 CEO나 오너가 증인으로 채택되거나, 무리한 의원들의 요구에 대응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정부 기관들도 기업들을 쥐고 흔들기에 대관 조직을 활용한다. 일종의 상부상조인 셈이다.
한 4대 그룹 대관 담당자는 “의원들이 국정감사 때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부르는 이유는 기업들이 CEO나 오너들을 증인에서 빼달라고 읍소해서, 이를 들어주고 후원금과 바꾸는 이른바 ‘기브 앤 테이크’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관 조직과 관 조직은 서로가 부채의식을 갖게 해서 정보를 전달하고 소통하는 일종의 공생 관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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